연구실 창밖으로 보이는 캠퍼스는 생기가 넘친다. 갓 입학한 새내기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젊음과 패기가 마냥 부럽다. 한편으로는 졸업 후 이들이 살아갈 교문 밖의 세상을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원래 청춘은 아픈 거야'라고 위로하기에는 염치없고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기성세대 대부분이 공감하는 바다.

시계를 40여 년 전으로 돌려 보자. 캠퍼스에는 최루탄이 난무하고 낭만과 자유는 사치스러웠던 그 암울했던 시절이다. 제대로 공부 한 적도 없었지만, 졸업 후 일자리를 걱정하는 사람은 주위에 별로 없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졸업을 미뤄가며 스펙을 쌓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대거 창업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창업시장이 이들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고용 없는 성장으로 창업환경 역시 급변하고 있다. 매일 폐업하는 점포는 늘어나고 그 빈 곳을 새로운 누군가가 또 채워 나가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3년에 창업한 기업 가운데 2014년 살아남은 1년 생존 비율은 62.4%였으나 2년 생존율은 47.5%로 떨어졌다. 절반이 넘는 창업 기업이 2년을 넘기지 못했고, 창업 3년째 생존하는 기업은 전체의 38.8%에 불과했다. 인구학에서 말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현상이 창업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창업시장은 시장에 의한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2년 안에 망할 가능성이 절반이 넘는 데도 빈틈만 생기면 무조건 밀고 들어오는 형국이다.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영원히 지속될 수도 있다는 예감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IMF 구제금융 체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창업은 흔히 주부들이 자녀들 학원비나 반찬값을 보태는 등 부업을 목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생계형 창업이 절대 다수다. 가정경제가 생존을 전적으로 창업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1인당 GDP도 증가하고 있는데 왜 이럴까? 결론은 우리 경제가 나쁜 성장, 그러니까 빈곤화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빈곤화 성장(immiserizing growth)이란 나라 경제는 성장하지만 부(富)가 대기업 및 일부 계층에 집중되어 양극화해 서민 자영업자 농어민 등 대다수 국민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 이익을 내고 있지만, 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은 경영악화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수백조 원을 사내 유보금으로 비축해 두고 그 보유비율은 해가 갈수록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것이 투자나 고용창출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는 기업의 부를 가계로 이전하기 위해 배당을 늘리고 인금을 인상하라고 요구하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고 있다. 창업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성공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벽에 부딪히자 정부는 대대적으로 창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창업 활성화 정책은 실업급여나 공공근로 등 단기적인 정책보다는 평생 직업이 되도록 예비창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으나, 오히려 자영업자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비효율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흔히 예비창업자들은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창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창업은 자금 조달뿐만 아니라 점포와 업종선정, 고객 및 종업원관리, 창업 관련 규제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무엇보다 창업의 기본요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는 이런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고 마치 그것이 전부 인양 과신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 창업을 원한다면 무작정 준비 없이 시작하는 무모함보다는  관련 업종의 분야에서 최소한  6개월 이상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 등 어떤 형태로든 현장을 경험한 후 창업할 것을 권한다. 창업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도 문제지만, 준비 안 된 예비창업자들의 지나친 자신감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시작하면 뭔가 되겠지'  '돈을 벌려면 장사를 해야지' 등 막연한 기대를 하기에는 우리의 창업 현실이 너무 막막하다.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가 절망을 낳는다는 말도 있지 아니한가.

부산경상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