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들에게 배당되는 부산시 '자치단체 자본보조금'의 폐해가 심각하다. 예산 자체가 문제다. 사업 우선순위를 정하는 중기재정계획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물론, 예산 편성과 결산 과정에서 검토와 감사도 안 받는다. 시의원들이 입맛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 예산'이다. 사정이 이러니 불요불급한 선심성 사업에 예산이 마구 허비되고 있다. 시민이 혈세를 바쳐 시의원들의 지역구 관리를 도와주는 기막힌 현실이 버젓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금정구 사례를 보자. 한 전직 시의원은 장애인 자립기술훈련원을 짓기 위해 관할 지자체를 앞세워 15억 원의 이 예산을 들여 땅을 매입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필요한 건축비 3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무산됐다. 관내에 이미 유사 시설이 있던 터라 건물을 지었더라도 중복 투자라는 지적이 불가피했다. 현재 이 땅은 5년째 공터로 방치돼 있다. 금정구에는 이 예산으로 3만 ㎾의 고압 송전탑 아래 풋살장을 지은 곳도 있다. 지자체는 이를 위해 불법 비닐하우스 철거보상금 5000만 원을 지출했고, 지주는 3배가량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혈세가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용도로 줄줄 새고 있는데도 제동장치가 전혀 없다. 시가 시의원들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해 쌈짓돈 지원을 보장해주고 있어서다. 국회의 쪽지예산과 같은 짬짜미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2015년까지 시의원 1인당 5억 원이던 이 예산이 지난해 6억 원으로 늘어났다. 그 돈이 매년 282억 원에 이른다니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시의회 의장 선거에 출마한 한 시의원은 이 예산 증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시민사회의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초법적인 행태가 어떻게 시민 대표·대리기관인 시의회와 시에서 관행화될 수 있느냐다. 지금까지 사용된 자치단체 자본보조금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 확인된 잘못을 문책하는 건 당연하다. 이어 시민 의견을 수렴해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시정 농단'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