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학진흥협회가 펴내는 '네이처'는 '사이언스'와 더불어 세계 과학저널의 양대산맥이다. 이 네이처의 편집장이 수년 전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 가까운 미래에 가장 유망한 분야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주저없이 '뇌 칩 이식'을 꼽았다. 이어 가까운 시일 내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에 관련 분야를 열심히 연구해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뇌와 컴퓨터가 연결돼 뇌의 기능을 높여준다는 이 기술에 대해 당시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반신반의했다. 언젠가는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상상은 했지만 먼 미래의 일로 여겼던 까닭이다. 또 뇌신경계 지식을 토대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뇌공학(Brain Engineering)'이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해도 빠른 시일 내 이런 기술이 자리를 잡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도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구상이 다시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현재로서는 막연하기만 한 뇌 칩 이식술을 현실화하겠다고 장담하면서부터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최근 해당 기술을 연구할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바는 '전자 그물망(neural lace)' 개발이다. 인간의 뇌 겉부분인 대뇌피질에 아주 작은 전자그물망을 심은 뒤 이를 이용해 생각과 기술을 컴퓨터와 공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인공지능(AI)에 인간이 굴복하지 않으려면 뇌에 AI 칩을 심어 두뇌를 강화해야 한다"고 연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

과학자들은 이 같은 기술이 활성화되면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신세계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던 외국어가 술술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초보자가 항공기를 조종하는 일까지 가능해진다. 의료분야에서도 큰 진전이 예상된다. 예컨대 환자가 치매 조짐을 보이면 이전 기억을 칩에 저장했다가 증세가 악화된 뒤 기억 복구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뇌 칩 이식이 가져올 장밋빛 희망에 반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당연히 크다. SNS 등에서는 '인간이 로봇이 되는 세상의 도래'라는 한탄에서부터 '칩에 개발자 명령을 심어 놓으면 무조건 복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까지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인류가 과학의 진보를 아예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AI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인간 스스로가 기계화돼야 한다는 게 썩 유쾌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일 듯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