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에게 더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 원수를 공급하고자 추진하는 광역상수도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총사업비가 1조5000억 원대에 이르는 이 사업은 경남 창녕군 강변여과수를 부산과 경남 양산에 공급하고, 경남 남강댐 물을 부산으로 끌어와 낙동강 대체 상수원으로 확보하자는 취지다. 이 가운데 남강댐 물 부산 공급이 경남의 반발로 답보 상태인 데다 내년부터 창녕군 강변여과수를 공급하려던 계획마저 오는 2022년 이후로 미뤄지게 된 것이다.

2012년 8월부터 시작된 낙동강 강변여과수 사업은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지하 40m 아래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지름 6m의 집수정 25개를 뚫어야 한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하루 68만t의 물을 여과해 부산에 62만t, 양산에 6만t씩 공급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설치된 집수정은 1개뿐이고 나머지 24개는 착공조차 못 했다. 게다가 창녕에서 취수한 물을 부산 화명정수장까지 보내는 길이 39㎞ 공급관로의 공사 역시 첫 삽도 못 뜬 채 하세월이다.

사정이 이러니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부담해야 할 예산 6221억 원 가운데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은 200억 원대에 불과하다. 특히 "창녕군 주민들이 집수정이 설치되면 작물 재배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발해 집수정 설치 작업이 중단됐다"는 국토부 설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집수정 수십 개가 뚫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농민이 누가 있겠는가. 이제 와서 부산시가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한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아 더욱 못마땅하다.

정부는 낙동강 물에 식수를 의존하고 있는 부산 시민의 불안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기억을 떠올리기도 끔찍한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 이후 정부 차원에서 광역상수도 사업이 추진된 연유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창녕 주민들을 설득하기 전엔 강변여과수 사업 추진이 난망하게 됐으니 그동안 정부가 뭘 하고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남강댐 물 공급 사업도 마찬가지다. 부산 광역상수도 사업 전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