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초미세먼지 때문에 조기 사망한 사람이 한국과 일본에서 2007년 한 해만 3만여 명이나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우리나라 총발생량의 80%를 웃돈다는 분석은 있었지만, 이처럼 조기사망자 수 추산을 통해 그 유해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의 환경외교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하지만 한중 환경외교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우리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 불안감이 가득하다.

중국 칭화대와 베이징대, 미국 캘리포니아어바인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3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입자 크기가 2.5㎛(100만분의 1m) 이하인 초미세먼지로 인한 전 세계 조기사망자를 2007년에만 345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 중 41만1100명(12%)은 다른 지역에서 날아온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받았는데, 한국과 일본의 사망자는 3만9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심장·폐질환 등을 유발하는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의해 1군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듯 굼뜨기만 하다. 지난해 11월 겨우 중국과 첫 환경부 국장급회의를 열어 대기질 공동연구실 마련과 보고서 발간을 제안했을 뿐이다. 이달 중에 한·중·일·러시아·몽골·북한이 참여하는 '동북아 클린에어 파트너십'을 발족할 예정이었으나 중국과 의견 조율이 안 돼 내년으로 연기했다. 국내 대처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 예보가 대표적이다. '나쁨' 예보의 경우 농도가 ㎥당 81㎍ 이상인데, 이는 ㎥당 50㎍ 이상인 세계보건기구보다 많이 느슨한 편이다.

대기오염에는 국경이 없다. 중국발 대기오염원을 줄이지 못한다면 우리는 늘 희뿌연 대기 속에서 생명 단축을 감수하며 살아가야 한다. 다행히 대선주자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한중일 환경협약 체결 등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잘 살려 이번 대선을 대기환경의 획기적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