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 만우절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에는 거짓말하는 날을 왜 일부러 만들었는지 꽤나 궁금해하기도 했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매일 일기를 쓰면서 다짐했지만, 선의든 악의든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 많았다.

상대를 위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고, 덜 잃고 싶은 욕망 때문에 솔직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내 안에 살고 있는 선량한 마음에만 물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양심과 대면하는 일은 언제나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곤혹스러운 삶에 대한 위로와 변명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서양에서 넘어온 만우절에 집단으로 자행되는 커다란 거짓말은 농담처럼 장난으로 넘겨버리기는 하지만 거짓말의 불편함을 제대로 느껴보는 계기가 되는지도 모른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매일 거짓말을 들으며 살았다. 세상이 거짓말로 가득 차 버린 듯 가짜 뉴스라는 거짓말의 등장으로 카톡방이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정직하게 살아가기가 어려운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요즘 우리는 거짓말의 급류에 떠밀려가는 듯한 어지럼증에 휘둘리고 있다.

청문회장에 나온 사람들의 참으로 당당한 거짓말을 보며 분노해야 했고, 수백 명의 아이를 수장시켜놓고도 모골이 송연한 사악한 거짓말만 늘어놓는 전직 대통령을 보면서 불쾌한 기시감에 시달렸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는 독재자의 거짓말을 듣고도 우리는 그냥 살아야 했으니까 말이다.

이 세상에는 확연히 다른 시선이 공존하고 있기에 불화로 가득 차 있다. 그 갈등의 역사는 모든 이에게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허구의 이야기'이므로 거짓말로 지어낸 이야기라고도 불리는 소설이 오히려 삶의 진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 진실만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뺨을 후려치듯 거짓이 참을 이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에 삶을 고해의 바다라 부른다. 대부분 사람은 아픈 현실을 대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피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어 한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가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일은 힘들고 끔찍하지만 그래도 보아야 할 것은 보아야 한다. 그래서 가라앉은 지 삼 년 만에야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 또한 외면하고 살 수가 없다. 그런데도 세월호 말만 들어도 지겨우니 그 입을 다물라고도 하고, 돌아오지 못한 아이를 기다리며 애태우는 부모 옆에서 일부러 치킨을 먹기도 한다.

사 년 전 우리는 '최초의 여자 대통령을 선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여자 대통령은 없었다. 그는 그저 독재자의 딸이었을 뿐이었다. 그 덕분에 박정희기념사업회에서는 20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책정해서 쓰고 있다. 추모제와 탄신제까지 지내느라 정작 구미시에서는 수천 명이 드나드는 터미널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고 공고문을 붙였다.

꼭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의 탄핵도 세월호의 비극도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벌어진 참극이다. 우리는 이미 인혁당 사건을 바라보던 대선 후보자를 보면서 좀 더 숙고하고 진중했어야 했다. 판결한 지 하루 만에 사형을 집행하여 세계에서 가장 추악한 범죄요, 가짜 뉴스의 전형이라고 할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들은 시신이 가족에게 인도되지 않았다. 고문으로 인해 너무도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뇌리에 빨갱이로 각인된 그들은 그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국가가 뿌려댄 거짓말과 가짜 뉴스에 수십 년 동안 두 번 세 번 피멍이 들어야 했다. 아비가 저지른 그 사건의 진위를 모를 리 없는 대선 후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죄 판결받은 그 사건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악인은 도덕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중적이다. 이중적 잣대는 언제든지 거짓말을 양산해 낸다. 또한 언제든지 악을 행할 수 있다. 그 어떤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 놓아도 악행을 반성하고 괴로워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었다'며 사태를 합리화시킨다.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그 사유를 어떻게든 봉합해버리려 하고 성찰하지 않기에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잃게 만든 책임부터 국정 농단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의 범죄가 저질러졌음에도 사죄의 말 한마디 없이 손을 흔들며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최선은 아니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며 뼈아픈 성찰 없이 자신의 내면에서 자라나는 악의 뿌리에만 물을 주어 탐욕스럽게 자라나게 한다. 그러니 사람의 본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어떤 난감한 사태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었을 때 뉘우치는 마음이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의 사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잔인하게 다가서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거짓말과 가짜의 가면이 벗겨지고 세월호로 멍든 유족의 애도가 가능해지는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해야만 한다.

소설가·동의대 기초교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