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봄. 다시 남동풍이 불 것이다.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일으킨 남동풍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적벽의 남동풍은 위기에 빠진 손권, 유비 연합군을 조조의 백만 대군으로부터 구하지만, 이제부터 부산과 남해안에 불어 닥칠 남동풍은 자칫 대형 해양오염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다.

부산항은 지리학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전국 최상의 조건을 갖춘 우리나라 제1의 무역항이다. 특히 남쪽으로는 영도가 버티고 있고, 북쪽으로는 금정산이 우뚝 서 있어 바람과 파도를 막아준다. 그런데 겨우내 매서웠던 대륙발 북서풍을 이겨낸 부산항도 봄철 바다에서 찾아오는 남풍계의 바람에는 속수무책으로 훤한 속내를 드러낸다. 살랑살랑 이는 봄바람은 괜찮다. 하지만 두 얼굴의 바다가 갑작스레 급변해 일으키는 돌풍은 운항 중이거나 정박 중인 선박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지난해 4월 부산 영도 해안가에 좌초한 오션탱고(OCEAN TANGO)호가 대표적인 예다. 부산 남외항에 묘박(닻을 내리고 정박) 중이던 자동차운반선 오션탱고호가 한밤중에 갑자기 불어 닥친 돌풍과 높은 파도에 닻이 끌려 결국 영도 서측 절영산책로 해안까지 밀려와 얹히고 말았다. 좌초의 충격으로 오션탱고호 선저가 찢어지면서 일대 해안가가 검은 기름으로 덮이는 사고로 이어졌다.

해경은 좌초 선박에서 유출되는 기름을 막기 위해 방재정과 경비함정을 긴급 출동하고 신속하게 오일펜스 등 자재를 투입하여 방재작업을 펼쳤으며, 해수청과 부산시, 영도구 등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사고 수습에 나섰다. 부산시민들도 발 벗고 나섰다. 200여 명이 사고현장을 찾아 해안가에 묻은 검은 얼룩을 닦아냈다. 오션탱고 호가 남긴 상처는 연인원 6971명, 선박 198척 및 오일펜스 1950m 등의 자재를 동원한 끝에 6월 선체 인양 완료와 함께 아물었다.

바다가 항상 평온하지는 않다. 느닷없이 돌풍이 일기도 하고, 풍랑특보나 농무 같은 기상 변수를 동반하기도 한다. 해양오염사고는 바로 이런 기상 악조건에서 좌초·충돌·침몰 등의 해난 유형으로 일어난다. 자연의 힘과 지리적,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여 발생하는 해난 사고를 완벽하게 막아 낼 수는 없지만, 사고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몇 가지 사항을 제시해 본다.

먼저 선박 종사자들은 항상 해상기상예보에 귀를 기울여 돌풍 등의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에 만반의 대비를 하고, 풍랑특보나 농무 시에는 절대 무리한 운항을 하지 말아야 한다. 폭설 등으로 도로가 미끄러우면 대부분 사람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사고 위험이 높아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여 교통사고를 미리 방지하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해상에서도 풍랑, 농무 등으로 해상 기상조건이 나쁠 때는 해양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선박 운항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좌초·충돌·침몰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해경에 신고하고, 찢어지거나 구멍이 난 탱크의 기름을 다른 안전한 탱크로 옮기거나 에어벤트(기름 탱크의 통기공)를 막는 등 자체 가능한 조치를 신속하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응급조치는 사고 초기에 대량의 기름 유출을 막아 오염피해 확산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대응임을 유념해 반드시 이행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

아울러 봄철 따뜻한 햇볕은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춘곤증을 불러 와 자칫 관리 소홀과 부주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항상 경계해야 한다.

해경은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통해 철저한 관제를 하여 위험하게 운항하는 선박과 주묘(닻이 끌리는 현상) 선박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 유도를 하며, 사고현장에 더 빠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24시간 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해수청이나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체제를 더욱 굳건히 다져 신속한 사고대응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돌변하는 해상 기상에 완벽하게 대비·대응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민관이 함께 위에 제시한 사항을 적극 실천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사고예방 효과와 함께 불가피한 사고 발생 시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긴장의 끈을 조여야겠다. 올해도 어김없이 남동풍이 불 테니까.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