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단단한 땅덩이와 함께 바다, 대기 그리고 생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의 환경은 이들 암석, 물, 공기, 생명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 조절된다. 해안선은 암석, 물, 공기가 활발히 접촉하는 곳으로 지구상에서 환경이 가장 쉽게 변화될 수 있는 곳이다.

연안 지역은 인간이 오래전부터 살아가길 선호한 곳으로 다양한 활동과 개발이 집중된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해안 중 동해안은 쾌적하고 아름다운 백사장으로 여름 휴가철에는 수많은 사람이 찾는 천혜의 관광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곳 백사장이 사라지고 있다. 왜일까?

해안침식은 해안의 모래나 자갈이 공급되는 양보다 바다 쪽으로 유실되는 양이 많을 때 발생한다.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후퇴하는 자연현상이다. 오늘날 지구는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에 의해 대기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해안침식의 중요한 한 원인으로, 이를 막지 못하는 한 해수면 상승은 지속된다.

무분별한 연안 개발은 해안침식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해안 백사장을 줄여 만든 해안도로는 너울성 파도의 오름 파도에 비해 내림 파도의 에너지를 증가시킨다. 육지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름 파도는 해저 모래를 백사장으로 이동시키는 반면, 뒤이은 백사장을 따라 흘러내리는 내림 파도는 백사장 모래를 해양으로 이동시킨다. 오름 파도와 내림 파도의 에너지 크기가 서로 비슷하면 해안의 퇴적물 양은 적절히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해안선과 거의 평행하게 건설된 해안도로는 육지 쪽으로 올라오는 오름 파도의 진행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오름 파도는 해안도로에 부딪히며 내림 파도의 세기를 증가시켜 더 많은 양의 모래가 해양 쪽으로 밀려가게 한다.

빠른 도시화에 따른 육상 모래공급의 격감으로 내해에서의 해사 채취는 해안침식의 원인이다. 적절한 환경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과도한 해사 채취는 해안선과 인접한 해저 바닥을 깊게 파이게 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해안 모래는 바다 쪽으로 빠르게 쓸려 내려간다. 해양 재난을 막기 위해 바다 쪽으로 길게 설치된 방파제(제티)와 같은 해안 보호구조물은 해양침식의 또 다른 원인 중의 하나이다.

해류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건설된 이러한 인공구조물은 백사장에 유입되는 모래를 막게 되고 구조물 반대편에는 과도한 퇴적으로 다른 형태의 환경파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해안과 인접한 강과 하천에 설치된 댐과 보도 오늘날 해안침식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강과 하천은 육지에서 풍화 침식되어 부서진 퇴적물을 해안으로 이동시키는 중요한 통로이다.

강과 하천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댐과 보는 하천의 유속을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바다 쪽으로 공급되는 퇴적물의 양과 크기를 감소시킨다. 퇴적물의 공급 통로를 막게 되면 해안에 퇴적될 모래의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구가 탄생한 약 46억 년 전부터 자연은 오랜 변화과정을 통해 현재의 환경을 만들어 냈다. 인간의 과도한 화석연료의 사용은 대기 내 온실가스 양을 증가시켜 해수면을 빠르게 상승시키고 기후변화로 너울성 파도가 잦아지고 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또 과학적 환경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연안 개발과 인공구조물 설치는 해안침식을 더 가속화시키는 원인이다. 이러한 해안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며, 산업화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다시 저장하는 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선진국에서는 이산화탄소 포집과 지중저장(CCS) 기술을 발전시켜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고자 하는 투자와 연구를 장기간 하고 있다. 국내에도 선진 해안침식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래가 이동하는 경로를 명확히 규명해 침식 해안에 다시 정상적으로 모래가 유입되고 외해로 유실되는 것을 막는 과학적 연안관리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곳곳에서 진행되는 해안침식은 안타깝게도 과거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재앙이 되어 수많은 연안 지역 주민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