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만 되면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유권자의 입길에 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화법이다. 현대에 올수록 정치에 이미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생긴 현상이겠다. 특히 미국 등 외국 유력 정치인들의 감동적이고 청산유수 같은 연설에 익숙해지면서 곧잘 우리와 비교하게 된다. 대선 기간 각 후보 화법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기사가 단골 소재가 된 것도 그런 이유다.

지난 18대 대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로라하는 국내 스피치 전문가들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화법을 분석하며 나름대로 코치를 하기까지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박근혜는 냉철한 간단명료형, 문재인은 차분한 문제제기형, 안철수는 감성적 질의응답형으로 세 후보의 화법을 요약했다. 또 일부에서는 박근혜와 안철수는 말을 아끼는 신비주의적 전략을 취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특히 당시 안 후보는 특유의 맥 빠진 듯한 톤과 모호한 정치적 태도 탓에 해석이 어려운 '안개 화법'을 구사한다는 비판을 받곤 했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일까. 안 후보는 2014년 한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화법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세 가지 특징 중 하나가 확실한 것만 답변한다는 대화법"이라며 "내 화법 역시 이 대화법에 가깝지만 동시에 (여러분이) 불분명하다며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애매한 화법이 확실한 것만 대답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해명인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가 중요하다 해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이것저것 간만 본다는 '간철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지난 총선 때부터 '강철수'로 변신을 시작했다. 나아가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이를 넘어 '독철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복식호흡으로 단전에서 끌어올리는 '샤우팅 화법'도 구사했다. 여기에다 "짐승만도 못한 것" 등 예전 같으면 생각도 못한 과격한 표현까지 쓰며 독한 이미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안 후보 스스로도 적극 이를 강조했다. 후보 수락 연설에서 그는 "2012년보다 백만 배 천만 배 강해졌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안 후보가 이제 제법 때묻은(?) 정치인 같다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어쨌든 유약했던 이미지 변신에는 성공한 듯하다. 다만 새 이미지에 걸맞은 '새정치'의 내용물을 채워넣는 게 관건이겠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