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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춘추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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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모든 나라를 번복(속국)으로 봐 사관들이 매번 '위존자휘(爲尊者諱·존귀한 자의 잘못이나 수치는 감춘다)', '위친자휘(爲親者諱·자기 조상의 잘못이나 수치는 감춘다)', '위중국휘(爲中國諱·중국의 잘못이나 수치는 감춘다)' 등 소위 춘추필법(春秋筆法)으로 거짓 기록한 까닭이다." 한국 민족주의 사학을 정립한 단재 신채호(1880~1936)는 필생의 역저 '조선상고사'에서 '당사(唐史)'에 모순된 기록이 많다며 그 이유를 이같이 규정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통치라는 '정관지치(貞觀之治)'를 편 당나라 태종의 사인이 모순된 기록의 표본이다. 당 태종은 645년 6월 2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에 쳐들어 갔다. 수나라 양제의 400만 대군이 고구려에 대패한 치욕을 씻기 위해 20년간 벼른 침략이었다. 현재 위치가 요녕성인 고구려 안시성을 4개월간 공격했지만, 재상 연개소문과 성주 양만춘의 지략과 용맹에 밀려 궤멸당했다. 당 태종은 양만춘의 화살에 왼쪽 눈을 맞아 생포될 뻔했다.

'구당서'는 당 태종의 사인을 암, '신당서'는 감기, '자치통감'은 이질로 각각 다르게 기록했다. 단재는 "당 태종이 요동에서 얻은 병이라고 한 것은 모든 기록이 동일하니, 양만춘이 쏜 화살에 맞아 그 유독(遺毒)으로 죽은 것이 명백하다"며 "황제를 죽게 한 병의 이름을 애매모호하게 기록한 건 그 사실을 감추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많은 역사 서적과 문학 작품을 뒤적이고, 현지 지명과 전설을 조사하는 등 정밀한 고증을 거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단재는 "춘추필법의 해독이 이처럼 심하다"며 통탄을 금치 못했다.

'춘추필법'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유교문화권 국가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역사 기술 원칙이다. 대의명분에 어긋나는 것은 철저히 배격하고 오직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다는 공자의 정신이 서려 있다. 단재는 그런 춘추필법을 중국이 고구려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사를 자국 중심적 시각에서 왜곡한 패권주의적 사관이라며 일거에 무너뜨려버렸다. 여기에는 강대국의 오만과 횡포를 규탄하고 국가 간 대등한 교류를 열망하는 세계평화주의 사상이깔려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하더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단재를 떠올린다. 단재라면 이런 기막힌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까.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지 간에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조선상고사를 꼭 선물하길 권한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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