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체스, 바둑, 퀴즈쇼에서 이미 사람을 능가했다. 수백만 페이지에 이르는 의료기록 자료를 분석하여 폐암 등의 의료진단, 방대한 법률 및 판례 분석을 통한 법률 자문 및 승소 가능성 예측, 차량 자율 운전 등에 이미 인공지능이 활약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로봇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필두로 터미네이터, AI, 아이로봇, 매트릭스, 엑스 마키나, 블레이드 러너, 바이센테니얼 맨 등의 영화는 인공지능에 의한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전자피아노기술로 유명한 구글 기술이사 커즈와일은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정신의 본질, 신의 존재에 대한 논란만큼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인공지능은 인류의 영원한 의문이자 도전이다.
컴퓨터나 로봇이 인간처럼 보고 이해하고, 말을 알아듣고 말하며, 전문가처럼 지식을 축적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며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발명과 발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의 열망은 1950년대부터 미국에서 시작되어 1970년대 중반까지 급속히 발전하였다. 그러다가 실용 수준의 인공지능을 구현하지 못하여 많은 비판을 받고 정부의 연구자금이 끊겼다가 1980년 중반 이후 다시 열풍이 불었다. 대학의 인공지능 강의에는 학생이 넘쳐나고 거의 모든 공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응용 연구가 붐이었다. 당시 인공지능 연구의 큰 믿음과 전제는 인간의 지식과 인지, 추론, 판단 과정을 설명할 수 있고 이를 컴퓨터로 표현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인간의 지식과 지능을 구성요소와 이들 간의 관계로써 설명 가능하고 사람 및 전문가 수준으로 재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왜 이렇게 생각하고 판단하는가'를 이해하고 이를 모사하려고 한 것이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식 표현 및 추론 기술, 전문가 시스템, 자연어 처리, 인공시각 등이 활발히 연구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지식과 지능은 규칙이나 논리로 설명될 수 없고 가능하더라도 초보자나 장난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철학적 근거와 실용적 가치에 기반한 비판이 많았다. 의사가 자신이 왜 이렇게 진단하는지에 대해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도 모르게 결정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나 자동차 운전을 처음 배울 때는 규칙과 요령에 의존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자신이 왜 이렇게 핸들을 돌리고 가속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운전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왜 다시 열풍을 일으키는가? 무엇이 다른가? 그 답은 막대한 디지털 데이터의 축적과 이를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에 있다. 사람이나 전문가가 '왜' 이렇게 하는가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말고, 전문가가 판단하고 결정한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패턴을 찾아내 이를 재현하는 것이 오늘날 인공지능의 핵심이다. 즉 인간이 '무엇을' 했는가, '어떻게' 했는가에 대한 데이터 패턴을 학습하여 따라 하는 것이다.
각종 정보시스템과 컴퓨터시스템, 인터넷, 스마트폰, 인터넷과 연결된 수많은 센서가 막대한 데이터를 생산해 축적하고 있다. 정형화되지 않은 일반 문서, 사람이 손으로 작성한 자료까지도 인식하고 처리해 데이터화할 수 있게 되었다. 축적된 데이터를 통계, 확률, 최적화, 탐색 등을 이용해 패턴을 찾아내고 자동으로 학습하는 데이터마이닝, 기계학습 기술이 오늘날 인공지능의 핵심이다. 사실 이러한 인공지능 방식은 뇌의 신경세포처럼 신호처리 노드의 연결 구조를 통해 패턴인식 및 학습을 하는 인공신경망으로서 1950년대에 등장하여 1980년대 중반 이후 크게 붐이 일었다. 그러나 전문가가 사전에 각 문제의 중요한 특징적 요소를 미리 파악하여 패턴구조로 입력시켜야 하고 수개의 다층 구조의 인공신경망은 학습이 불가하여 글자 인식 등의 제한된 분야에만 활용되었다.
최근에는 10개 이상의 다층구조의 인공신경망에서 패턴구조를 스스로 인식, 학습하는 범용 인공지능기술(딥러닝)이 등장하여 인공지능 붐을 다시 일으켰다. 정형화되지 않은 복잡한 문제, 새로운 문제의 식별 및 정의, 문제맥락을 이해한 판단 및 결정, 고도의 추론 및 논리적 판단, 감성 능력 등은 아직 어렵다. 이들조차도 데이터화, 패턴화시켜 고속으로 처리하면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가능할 것이다. 돈과 시간의 문제이다. 인간 수준의 자아를 갖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KAIST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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