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이상 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돌파했다. 실업자 둘 중 한 명은 대졸 이상자다. 그 속내를 따져 들어가면 노동의 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당한 노동 대가를 못 받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의 확산이 문제의 본질이다.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을 찾아 재수·삼수를 거듭하다 보니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는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사상 처음으로 35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올해 1분기 실업자 116만7000명 중 54만3000명(46.5%)이 대졸 이상이다. 같은 기간 비경제활동인구 1655만2000명 중 대졸 이상은 352만8000명(21.3%)을 기록했다. 대졸 이상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가 이처럼 늘어난 데에는 구직자와 구인자의 눈높이가 맞지 않은 노동수급 불일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확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지난해 정규직의 53.5%까지 하락했다. 이런 비정규직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통계청 집계로는 644만 명(전체 노동자의 32.8%),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분석으론 874만 명(44.5%)에 달한다.

비정규직의 삶은 비참하다. "출근 준비하는 당일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가위·바위·보로 해고자를 결정하는 곳도 있다." "상여금이 없는 것은 물론 탈의실, 휴게실, 화장실 사용도 정규직과 차별받는다." "잔업과 특근을 강제하고 욕설이나 폭력 행사도 많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자·시민 집담회'에서 나온 폭로 사례들이다. 사정이 이러니 대졸 이상자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건 당연하다. 올해 제2회 부산시 공무원시험의 경쟁률은 28.7 대 1로, 지난해 제2회(19.4 대 1)를 훨씬 웃돌았다.

질 낮은 일자리의 양산은 소비·생산·투자 감소를 낳고 다시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과 함께 사회·국가 불안을 초래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차기 정부 최대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핵심 요건인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은 아직 요원하다. 대선주자들의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제도 개선 의지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