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핵심 현안들이 대선 공약에서 줄줄이 탈락한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부산시가 제시한 40개 과제는 어느 정도 수용이 됐으나 10대 핵심 과제는 대부분 공약에서 빠진 것이다. 해양특별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만 받아들였을 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은 해양수도로 격을 떨어뜨렸다. 특별법을 제정해 자치권, 재정권을 부여하는 안이 거부당한 셈이다. 제주, 세종시에 이어 대전이 4차산업 특별시로 채택된 것과 대비된다.

두 번째로 제시된 2030등록엑스포, 북항 복합리조트 유치 등도 빠졌다. 홍 후보가 이들과 함께 40개 중 30개를 채택해 수용률이 가장 높았다. 문, 안 후보는 두 가지 모두를 거부했는데 문 후보는 40개 중 21개, 안 후보는 8개를 채택하는 데 그쳤다. 규모가 큰 부산시의 핵심 사업이 줄줄이 퇴짜를 맞은 셈이다. 40대 과제로 보면 채택률이 18대 대선보다 높아졌으나 핵심 과제가 빠져 의미가 퇴색됐다. 정작 중요하고 급한 과제들이 모두 탈락해 공약 자체가 빈 깡통으로 전락한 것이다.

일부 수용된 것도 실체성이 의문시되고 선언적인 공약이 많아 공허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해양수도는 오래 전부터 거론돼온 개념으로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해양산업 클러스터는 전 정부에서도 추진된 내용이고 선박금융공사는 지난 대선 공약으로 이미 일부 기능을 수행할 기구가 만들어진 상태다. 김해공항의 관문공항화는 개념이 모호하다. 24시간 운항과 미주, 유럽 노선 확충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대로라면 차기 정부에서 부산의 현안 해결은 기대가 어렵다.

부산시장과 같은 당인 홍준표 후보가 부산시 건의를 대거 받아들인 반면 나머지 후보들이 미온적인 것은 보기에 썩 좋지 않다. 어정쩡하게 시늉만 하려면 아예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대선 후보가 해양과 부산의 중요성을 몰각하고 지역 간 형평성 운운하는 건 좁은 안목과 의지 박약을 드러낼 뿐이다. 부산시도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과제를 선정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시민조차 설득 못 한 복합리조트를 내세운 건 실패의 단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