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부산 금정구 스포원에서 2017부산오픈국제챌린저대회가 개막한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이 대회에는 세계랭킹 100위권의 해외 선수들과 정현 이덕희 등 한국을 대표하는 테니스 스타들이 참가한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 테니스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권위가 있다. 부산지역 테니스계에는 잔치와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대회 개최가 임박했는데도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대회는 순수 동호인 단체인 테사모(테니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지난해까지 주최했다. 대회를 만든 것도 그들이다. 1999년 테사모는 남자 상위 랭커들이 참가하는 국내 대회를 처음으로 창설했다. 2003년 이를 ATP(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 챌린저대회로 격상시켰다. 테니스협회도 하기 힘든 일을 멋지게 해낸 테사모에게 초창기에는 찬사가 쏟아졌다. 억 단위의 자금이 들어가는 국제대회를 동호인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개최한다는 건 당시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해낸 그들이 자식과도 같은 부산오픈에서 손을 뗐다. 몇 해 전부터 부산시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문제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난해 송사에 휘말리는 구설 끝에 올해는 아예 대회 주관을 포기했다. 그 배경에는 테사모와 부산시테니스협회의 갈등이 있다.
인터넷에 부산오픈을 검색하면 www.busanopen.org라는 홈페이지가 뜬다. 부산오픈의 홈페이지이자 테사모의 홈페이지이다. 하지만 홈페이지 어디에도 2017부산오픈에 관한 소개는 보이지 않는다. 대회 소식은 지난해를 끝으로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회가 궁금해 들어온 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테사모가 부산오픈 대회에서 손을 떼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이건 아니다. 테사모가 부산오픈이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동호인이나 테니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테사모는 사과드리며 해명합니다'라는 팝업창이 떠 있었다. 그들은 "테사모의 과오로 인하여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했고, 부산시의 예산이 테사모로 지원되지 않는 현실에서 테사모는 부산오픈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지난해 테사모는 세금횡령 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간부가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부분이라 테사모 측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대회에 자금을 지원해왔던 부산시는 이를 이유로 부산시테니스협회를 통해 자금 집행을 하도록 했고 이에 반발한 테사모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대회에서 손을 뗀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테사모가 부산오픈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대회를 만들고 키워온 당사자다. 20년 가까이 대회를 이끌어온 노하우를 부산시테니스협회와 불편한 관계 때문에 사장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역할을 내던지는 건 지역 테니스인들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부산시테니스협회는 협회대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부산오픈 홈페이지를 통해 대회 홍보가 이뤄졌는데 테사모 측이 주최를 포기했다는 이유로 이를 막아버린 셈이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부산오픈의 홈페이지에 대회 안내도 하고 함께 일해주길 원한다.
협회 입장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테사모가 왜 대회 주관을 거부했는지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협회장 역시 테사모 창립회원 출신으로 회장까지 지냈다. 밖에서 보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협회와 테사모의 헤게모니 싸움이다. 협회의 요구는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통합한 협회가 출범했으니 테사모도 협회 안으로 들어오라는 거다. 테사모는 민간단체이다. 테사모 입장에서는 굳이 협회 산하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대회를 만들고 키워온 자신들에게 협회가 자금지원을 앞세워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협회가 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테사모는 협회가 굴복시켜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 손잡고 함께 가야 할 한 식구이다. 역지사지하면 해답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테사모도 반성해야 한다. 그들은 부산 테니스의 역사 그 자체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초심을 잃고 일부 운영진의 독단과 이에 따른 내분으로 구설에 오르내렸다. 지역 테니스계의 마피아 노릇을 한다는 비난도 들었다. 초창기 멤버 중 많은 사람이 나갔다. 부산오픈 문제만 해도 대회를 투명하게 운영했으면 이런 사단도 생기지 않았을 터이다. 테사모는 공지에서 "이번의 과오를 반성하고 신진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집행부를 재정비하고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테사모가 부산오픈을 창설하면서 꿈꿨던 게 '아시아의 윔블던'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오픈을 창설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편집국 부국장 dol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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