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산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이자 공공의료사업부장으로 겸임하게 된 지 석 달째 접어들었다. 의료원에서 비교적 오래 근무하고 있는 동안 항상 지역사회의 공공의료를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사업 부서에 몸담고 있으니 공공의료에 관한 일이 정말 많고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우리 의료원은 오래전부터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 역할을 다해 왔지만, 특히 최근 몇 년간은 부산시와의 공조를 통해 필수 미충족 의료 분야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확대해 왔다.

필수 미충족 의료서비스란 무엇인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환자가 원하거나 의료 전문가 기준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환자가 진료받지 못하는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발생 원인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증상 초기에 위중도를 느끼지 못해 의료 이용을 하지 않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건강검진과 다양한 선별검사 및 보건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둘째, 공급 체계가 없거나 형식적으로 제공되는 경우 그리고 신종 전염병 발생처럼 새로이 직면하는 문제가 해당될 수 있다. 셋째, 의료 보장 제외자나 낮은 보장 수준으로 의료 접근이 힘든 경우다. 이러한 필수 미충족 보건 의료서비스는 수익이 낮아 민간의료가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어 공공의료기관이 필수 미충족 의료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제공하려는 공익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의료원은 필수 미충족 의료 분야를 강화하려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음압격리병상 증설, 응급의료 강화, 정신보건 부문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공공재활센터 증축뿐 아니라 완화의료·간호간병통합 서비스·만성질환 관리 부문에서 많은 진보를 이뤘다. 아울러 부산시는 2015년 12월부터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설립해 의료안전망 개발과 공공의료 기반 확대, 새로운 공공의료정책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료 안전망이란 의료보장 미가입자나 보장 수준이 낮은 집단에 보건의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을 법적 의무로 가지거나 그것에 기여하는 공공 및 민간의 모든 기관과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실제로 의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부산시는 의료원, 국공립 대학병원, 보건소를 포함하는 공공의료기관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거버넌스를 확충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있고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지만 다른 도시의 공공의료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임은 틀림없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은 여러 가지로 대한민국 공공의료에 교훈을 주었다. 만성 적자, 강성 노조 등이 폐업의 주된 원인으로 제기되자 의료원의 특수성과 필수 공공의료서비스의 부재 문제를 이유로 폐업 반대여론이 형성됐지만,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이것은 공공의료의 의미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의료원이란 존재는 태생적으로 여러 현실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체계에서 2차 의료기관으로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여러 원인으로 인한 경영 수지 압박이 사기 저하로 연결된 경우가 수없이 되풀이돼 왔다. 이런 와중에 필수 미충족 의료분야 강화는 민간의료기관이 하지 못하는 분야이며 의료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 중 중요한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필수 미충족 의료서비스 분야 외에도 우리 의료원 공공의료사업부 내 업무는 다양하다. 지역사회의 보건, 의료, 사회복지와 관련된 기관들과 상호협력해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시민에게 통합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3 for 1 통합지원센터의 운영이 대표적이다. 또 만성질환 관리, 결핵환자 관리, 지하철시민건강체험터, 산복도로 및 경로당 의료지원, U헬스 원격의료, 지역아동센터 성장비만교실 운영, 심뇌 질환 돌보미사업 등 공공 의료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우리의료원은 '지역 거점 공공 의료 협력 병원' 권역별 5곳의 민간 종합병원과 지원 대상자 연계 및 진료비 지원방안에 관해 세부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의료 안전망 거버넌스의 시발점이 아닐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이제 구색과 명분을 갖춘 만큼 실천과 추진으로 부산의료원의 공공보건의료가 다른 도시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부산의료원 공공의료사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