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비판적 시각을 던져야 백악관에 있는 우리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됩니다. 그런 당신들이 있어서 백악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 정부에서도 집요하게 진실을 끄집어내서 미국을 더 좋게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가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 지난 대선 기간 중 문득 떠올랐다.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세 차례의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단 한 번도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지 않던, 그러면서 언론 보도의 왜곡을 주장했던 사람을 국민의 수장으로 뒀던 우리로서는 부러운 발언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대선에서 누굴 지지하든 누가 당선되든 '불통'이라는 혹독한 대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희망사항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새롭게 탄생한 정부의 국민소통 정책이 더욱 눈길을 끈다. 대통령 비서실에 신설된 '국민소통수석', 그리고 5월 11일 자 국제신문이 보도한 '인선 직접 발표한 첫 대통령… 소통 행보 약속대로 실천해'라는 기사의 내용처럼, 취임 첫날부터 국민과의 소통 약속을 실천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그가 거듭 강조한 '광화문 대통령', '국민 통합'의 시대를 기대하게 했다. 앞으로 검찰개혁·국정원개혁·재벌개혁·경제개혁(5월 10일 자 2면 보도) 등 그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는 수북하게 쌓여 있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의 '국민 소통'은 그가 취임 첫날 직접 인선을 발표했던 의지처럼 원활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만큼, 언론도 민심을 정부로 전달하는 역할에 더욱 부지런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언론 중에서도 지역 언론을 중요하게 여긴 바 있다. 지난 1일 한국지역언론인클럽이 주최한 대선후보 인터뷰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지역 사람이기 때문에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시대를 지향하는 입장을 보였다. 지역 언론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며, 참여정부 때처럼 대통령도 지역 언론들과 활발히 인터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지역 언론들도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물론,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정부에 거친 질문을 던질 가능성이 더 크게 열린 듯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제신문이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지면 전체를 활용해 보도한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라는 섹션은 지역 언론으로서의 소임을 잘 해낸 것 같다. 부산지역 내 각계를 대표한 9인의 바람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그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새 정부의 대(對)언론 발걸음에 맞추어, 언론의 대(對)정부 소통 스타트를 잘 끊어준 대목이었다.

한편 11일 자에 보도한 '촛불이 세운 광장의 정권… 시민에 의한 명예혁명' 또한 차별화되는 신선한 기사였다. 이번 대통령 당선의 의미를 과거 역사의 차원으로까지 깊게 다뤘다. 4·19혁명과 광주항쟁, 6월 항쟁 등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고 미완의 혁명으로 남았던 한국사의 내용을 통해 '촛불 혁명'의 중심인물로 표상돼온 문 대통령의 당선 의미를 새롭게 각인시켜 주었다.

새 정부의 대국민·대언론 소통 행보 곁에서, 국제신문은 민심을 머금은 채 더욱 날카로운 펜대를 쥔 언론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지난 10일,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등 청와대 각료 인선 브리핑에서 마치 목소리를 잃은 듯한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했다. 오히려 후보자가 기자들에게 질문을 유도했다.

7년 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당시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국에 재차 질문권을 건넸으나 아무도 나서지 못했던 취재진의 무능함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오바마가 대통령 임기를 끝마치는 자리에서 그간 미국 기자들이 던져온 거친 질문들에 감사를 표했듯이, 훗날 국제신문도 퇴임하는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그러한 격려를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고 힘겹게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대통령 문재인이 앞장서 있다. 아직 그를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그가 누차 강조한 '국민 소통'만큼은 마지막 단추로 마무리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그리고 '광화문 대통령'의 시대를 맞이하기까지 민심과 대통령 사이를 부지런히 교감하는 국제신문을 기대해 본다.

경성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