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의 여배우 '윤여정'이 요즘 핫하다. 개표방송에 출연한 것도 화제요, 그녀가 출연한 한 예능프로그램도 성황리에 종료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핫한 이유는 그녀의 발언 때문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서진이가 메뉴를 추가하자고 했어요. 젊은 사람들이 센스가 있으니 들어야죠. 우리는 낡았고 매너리즘에 빠졌고 편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살아온 경험 때문에 많이 오염됐어요. 이 나이에 편견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니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되죠. 나는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어서 내가 모르는 분야에서는 전문가, 젊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요. 오픈 마인드까지는 아니고 잘 들으려고는 해요. 식당 운영에서는 서진이가 센스가 있으니 그 말을 따른 거죠."
이어 윤여정은 "난 남북통일도 중요하지만 세대 간 소통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 사회는 젊은 층과 노인층 간의 소통이 안 되는 게 너무 심각하잖아요?"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자신을 돕는 후배 이서진과 정유미에겐 '고맙다'는 말로 마음을 표현한다. 나이 상관없이 시비와 공사를 정확히 가리고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못해 솔선수범하고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그녀를 보면서 '어른'과 '꼰대'의 차이를 확인한다.
"요즘 애들은…."
"나 때는 말이야…."
최근 대한민국에는 황사주의보보다 '꼰대주의보' 사이렌이 더 자주 울리고 있다. 실제 2016년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이 설문 조사한 결과, 62.2%가 세대 간 갈등이 심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단순히 늙은이, 기성세대를 지칭했던 꼰대의 의미도 달라져서 신조어인 '젊꼰'에서 보듯 나이에 상관없이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변화를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의미로도 확장되고 있다. 온라인에는 이런 꼰대어를 들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나 꼰대가 되지 않는 법 등 관련 콘텐츠도 많다. 찾아보면 꼰대 자가진단 테스트도 넘쳐난다.
무조건적인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나 무시로 무장하고 '꼰대'로 몰아가는 젊은 세대도 문제다. 그러나 모범이 되어야 할 어른이 먼저 나서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급속한 고령화가 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자 노력하는 액티브한 시니어들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육체적 건강'에 투자하면서 열심히 운동을 하는 이들은 흔해도 마음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마음 운동을 하는 이들은 얼마나 되는지?
기성세대들은 젊음의 소중함을 안다. 늙음이란 것을 경험하면서 젊음에 대한 절실함에 목말라 한다.
그러니 늙는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꼰대짓'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적질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도와줄지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 특정인이나 특정 사건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역시 우리의 눈을 가린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행동의 기준은 오래전에 저장된 기억밖에 없다.
연령이, 세대가 어찌 되든 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적인 유연성과 신체의 유연성이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함으로써 신체의 유연성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말만 하는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어른이 되려면 신체적 능력도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도 모르게 자기 고집이 늘어나고 사고의 범위도 내가 쳐놓은 벽을 뛰어넘지 못한다. 자기 세계에 대한 오만이 스스로를 자기 안에 가두고 그 이상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열어 두어야 한다. 내가 상대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꼰대짓을 하기가 쉽다.
내 경험과 지식에 따른 내 안의 정보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더더욱 밖의 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신적인 유연성은 나이가 들더라고 정신적인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시인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 인생의 어느 한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고 했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한다 했다.
나의 원칙은 가지되 세상에 귀를 열어두는 넉넉한 마음으로 정신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건강한 '어른'은 연습으로 유지할 수 있다.
부산의료원 비뇨기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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