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쇠락에 가속도가 붙었다.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 부산에 재생이 필요한 동네가 2015년 134곳(전체의 65.4%)에서 지난해 172곳(82.7%)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 중 최악이다. 피란민촌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가 산업구조 고도화에 뒤처져 사업체와 인구가 급감하면서 낙후를 거듭해온 탓이다. 부산의 미래는 도시 재생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복지와 주거환경 개선을 결합한 부산시의 '다복동(다 함께 행복한 동네 만들기) 사업'에 관심이 쏠리는 건 그래서다.

시가 최근 국토부에 이 사업을 설명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도시 재생 뉴딜정책' 예산 확보에 나선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이 사업은 뉴딜정책과 유사해 국비 지원 기대를 갖게 한다. 매년 10조 원, 5년간 50조 원이 투자되는 뉴딜정책은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저소득층 주거지나 영세 상업지를 대상으로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짓거나 마을 주차장을 비롯한 커뮤니티 시설 등을 조성해 재생을 돕는 게 골자다. 다복동 사업 역시 빈집을 리모델링하거나 마을공동체 커뮤니티센터를 설치하는 등 맞춤형 지원을 목표로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원주민이 삶터에서 밀려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기존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아파트 건설을 위주로 하는 바람에 돈 없는 원주민은 쫓겨나고 돈 있는 외지인이 들어와 사는 비극을 낳았다. 뉴딜정책은 '원주민 내몰림 방지'가 필수요건이다. 다복동 사업도 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 아파트 건설이 아닌 다른 재생 사업을 벌인다 해도 지가나 건물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활동가 양성도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다. 통상 저소득층 마을은 젊은이가 돈 벌러 외지로 나가고 늙은이만 남은 곳이 많다. 이런 마을은 활동가의 도움이 없으면 재생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설령 젊은이가 있다 해도 마을의 문제점을 올바로 파악하고 개선 방법을 제대로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길게 내다보며 다양한 사항과 변수들을 고려해 보다 현실적인 재생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자칫 단기 성과나 실적에 치우쳤다간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