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과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어제 잇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권한대행은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동시에 감찰을 받게 된 것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남 검찰총장 사퇴 후 최선임 위치에 있던 김 차장검사도 원활한 검찰 운영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은 장차관· 검찰총장·대검찰청 차장검사 공백이라는 유례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바라봐야 하는 국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각각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는 정부 부처가 어디 있겠는가만 이 가운데에서도 법무부와 검찰은 법치국가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그런데 이런 막중한 임무를 가진 기관들의 최고 책임자가 없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 적폐 청산과 사회 기강 재확립의 필요성이 여기저기에서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법무부 및 검찰 수뇌부 공백은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러나 사실 이런 지휘부 부재는 두 기관이 자초한 측면이 더 강하다. 법무부와 검찰은 그동안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력과 힘을 믿고 안하무인격의 태도를 보여왔다. 비리가 터지면 어떻게 하든 사실을 숨기려했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이번에 사회에 큰 파장을 던진 '돈봉투 만찬'의 경우만 해도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언론보도가 난 뒤에도 신속한 대응에 나서지 않는 등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하다 결국 청와대의 감찰 지시를 받는 처지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이유 등으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과거의 사례로 볼 때 검찰이 스스로 변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청와대는 조만간 있을 법무부와 검찰의 수뇌부 인사를 계기로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내 인적 쇄신 등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득권자의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만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검찰 개혁의 기회는 다시 오기 힘들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