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2017년 5월 10일부터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정책쇼핑몰 '문재인 1번가'는 당선 즉시 유권자들에게 배송을 시작했다. 구매했든, 안 했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문재인 대통령'을 사용할 수 있다. 사용법만 제대로 익혀도 여러분의 삶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PK) 주민이라면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과거와 달리 PK에서만 22만 표 이상의 차이로 구매 1위를 기록, 당선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

①특징: 문재인은 경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고향 사람이다. 최근까진 울산에 인접한 양산에 살았다. 누구보다 PK의 현실과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역 맞춤형 공약들이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이다. 전국 단위 공약도 '준비된 대통령'답게 세밀하고 꼼꼼하다. 문재인은 지난가을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대통령이다. '피플 파워에 의한 개혁'으로 정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각오가 충만하다.

②주의사항: 첫째, 문재인은 PK만의 대통령이 아니다. '고향 대통령'인 만큼 PK 공약의 우선적 이행을 요구해도 된다고 판단하지 마시라. 대통령이 연고에 발목 잡히면 나라가 결딴날 수 있다. 둘째, 대한민국은 대통령 한 사람의 힘만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문재인 혼자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③사용법: 그럼에도 역시 공약이행 여부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다행히 아직까진 잘하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할 수 있는 것'부터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고 있다. 여기다 '찾아가는 대통령'은 연일 화제다. 국민 삶의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눈높이 대화로 함께 답을 구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그렇다면 PK 주민 입장에선 지역공약 이행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까. 아직 속단은 이르다. 특히 크게 두 가지 공약이 각별한 관심을 요한다. '지방분권'과 '탈(脫)원전' 정책이다. 대통령 공약이라고 하지만 감당하기엔 기득권 반발이 만만찮다. 지방분권의 핵심적 내용은 ▷자치 입법·행정·재정·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 보장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 ▷현행 8 대 2 수준인 국세·지방세 비율의 6 대 4 또는 7 대 3 비율로 재정 분권 확대 ▷자치 경찰제 도입 및 교육 지방자치 실현 등이다. 과히 연방제 수준으로의 국가 대개조이다.

당연히 개헌이 담보돼야 한다. 하지만 개헌하면 저마다 대통령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 권력 구조 향배에만 관심을 쏟는다. 반면 중앙권력의 지방 나누기는 항상 뒷전이다. '자기 밥그릇'을 내놓아야 하는 중앙부처 저항도 거셀 전망이다. 그 때문에 개헌국면에서 지방주민들이 힘을 실어야 대통령 말발이 먹힐 수 있다.

탈원전 공약은 더 절박한 과제다. PK 주민 300만 이상이 원전 반경 30㎞이내에 몰려 산다. "원전보다 안전이다. 직접 챙기겠다." 대통령의 공약 이행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더는 신규원전 건설은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건설 중인 원전에 이미 투입된 1조5000억 원의 비용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노후 원전 폐쇄를 전제로, '향후 전기요금 25% 인상 불가피'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원전을 고리로 배를 불려온 '원전 마피아'의 반격이 벌써 시작된 셈이다. 대통령 혼자의 힘만으로 거대 '원전 카르텔'을 막아내기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PK 주민들이 대통령과 어깨를 겯고 나서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무엇보다 안전과 환경을 위해 조금 비싼 전기요금도 감내해야 한다.

④사용자 수칙: 여러분은 주권자이다. 공약 불이행 또는 약속 위반 때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내년 6월 지방선거, 3년 뒤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냉정하게 표로 심판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 분명히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지역주의에 따른 '묻지마 투표'는 이번에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PK를 비롯해 호남, 대구·경북의 정치지형은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매번 선거 때면 특정 정파가 싹쓸이하는 '독식구조'다. 당연히 정치적 경쟁과 견제는 실종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실현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다.

주권자로서 권력의 '피플 파워' 남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를 낮추지 않아야 한다. 배제와 척결이 두드러진 개혁은 갈등과 대립, 정치적 악순환만 부채질할 뿐이다. '피플 파워'가 개혁 못지않게 통합의 원동력으로도 작동해야 대한민국이 산다.

부산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