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선수들이 많이 줄고 있다. 학교와 실업팀을 망라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800명 정도였던 선수군이 눈에 띄게 줄어들더니 지금은 15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생활체육으로 탁구를 시작해 즐기는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면서 국민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와 달리 엘리트 선수군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얼마 전 중고연맹전 대회에 참석했다가 이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참가 학교 수와 중고연맹 선수들의 규모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200배 규모인 30만 명의 엘리트 선수군을 구축하고 있고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중국은 여기서 더해 일본의 100배 규모, 한국의 2만 배 규모인 3000만 명에 가까운 등록선수를 자랑한다.

많은 선수군을 구축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이 부러운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줄어드는 선수 규모를 보면서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 일본의 어린 선수들의 행보가 심상치가 않다.

지난달 중국 우시에서 열렸던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17세의 여고생 선수 히라노 미우가 우승을 차지해 세계 탁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히라노는 중국 선수들의 아성을 하나하나 깨나갔다. 그는 8강에서 세계 1위 딩닝, 4강에서 2위 주위링, 결승에서 5위 첸멍을 연파했다.

일본의 놀라운 급부상은 비단 히라노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랭킹 30위권 안에는 일본 주니어선수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위해 수년 전부터 유망한 초등학생 선수들을 선발하여 훈련을 시켜왔다.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한 안목의 진가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탁구뿐만이 아니라 메달권에 가까운 8개 종목을 선정하여 탁구와 같은 시스템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한 준비의 하나로 국가대표훈련원이 아닌 주니어대표훈련원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오전에는 그곳에서 수업을 듣고 오후부터는 그 옆에서 트레이닝을 받도록 빈틈없이 운영되는 그 시스템이 너무나도 부럽고 질투가 난다. 지금의 우리나라 체육행정은 20년 전의 일본 시스템을 따라가고 있는 형편이니 말이다.

일본은 오래전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을 합쳐서 운영하다가 지난 20년간 올림픽에서 메달 수와 경기력 분야에서 모두 한국에 뒤지게 됐다. 절치부심한 일본은 '더는 질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경기력 복원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지금 학생 선수들은 유례없는 체육행정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다 지쳐간다. 수업일수를 맞추느라 경기가 코앞에 있어도 훈련을 하지 못하고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느라 컨디션은 늘 바닥이고 피곤함에 싸여서 목표나 동기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잡아야 하는 경쟁국 선수들의 실력은 일취월장 성장하는데 우리나라의 후배 선수들에게는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지는 일만 겪도록 해야 하는지 고민이 안 될 수 없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펼쳐졌다. 대통령도 정권도 모두 바뀌었다. 우리의 체육행정도 빨리 새로워져야 한다. 오리무중인 학교 체육행정을 빨리 개선해서 그나마 살아 있는 엘리트 스포츠를 더 굳건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학생 선수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되길 새 정부에 진심으로 바란다.

마사회 탁구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