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를 가봤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했을 한 가지. 벡스코와 신세계백화점 사이 수년째 공사가림막을 세워놓은 저 공터의 정체는 뭘까.

센텀시티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이곳은 지역 마이스 산업을 키우기 위해 부산시가 벡스코 부대시설 부지로 계획한 땅이다. 면적 9911㎡(3000평) 규모의 이 부지에 관광호텔을 포함한 복합관광시설을 넣는다는 게 시의 오래된 구상이다.

첫 개발 사업자는 게임회사로 잘 알려진 일본의 세가사미 그룹이었다. 세가사미 측은 지하 7층 지상 33층 규모의 복합관광시설 '센텀원'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공사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세가사미는 이 부지를 4년 가까이 놀리다 올해 초 사업 철회를 통보했다. 그동안 지구단위변경 특혜 논란과 수차례 공사 연기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사업자에 끌려다니기만 했던 시가 여론의 비난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사업자 선정에만 급급했던 시의 행정은 최근 새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지면서 신뢰도가 떨어졌다. 지난 19일 공모 결과 발표에서 새 우선협상대상자로 '센텀허브 컨소시엄'이 결정됐지만, 공개된 조감도를 보고 2위 업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알고 보니 센텀허브가 앞서 세가사미가 지으려던 시설 조감도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가진 건축사사무소에서 그대로 파일을 받아 제출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2위 업체는 '도용' 주장을 한 것이고, 시는 곧장 "조감도는 평가 항목에 없었고 센텀허브 측에 확인한 결과 공식적으로 받은 것이라 문제 될 게 없다"며 다소 행정 편의적인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한 달이라는 짧은 공모 기간에도 조감도를 만들어 제출한 우리는 뭐가 되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2위 업체가 이를 받아들이기 만무했다. 반발이 계속되자 시는 결국 며칠이 지나서야 변호사 자문을 받고 해당 건축사사무소를 직접 찾아가 사실확인에 나서는 촌극을 보였다.

시는 "우여곡절 끝에 조감도를 둘러싼 법리적 문제는 해소됐고 센텀허브가 29일 부지매입 계약금을 내고, 두 달 내에 땅값 전액을 납부하면 이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가 일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회의 평등과 절차의 공정성을 표방하는 새 정부의 방침과는 동떨어진 듯한 시의 어설픈 행정이 영 미덥지 못하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하지 않는가. 센텀시티 개발의 마지막 퍼즐이 제대로 맞춰질 것인지 시민이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경제부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