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의료에 대한 국민적 시각은 좋았던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많은 의사가 실제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느낀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의사는 칼 들지 않은 강도다'라는 말을 들었고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심심찮게 그런 글들을 보게 된다. 의료계에 대한 불신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의 일차적인 책임은 의료계에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숭고한 직업을 가진 의사에게 높은 도덕적 잣대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의사는 성범죄로 확정되면 10년간 개원도 취업도 못 한다. 2016년에는 30년 동안 개원 및 취직을 못 하는 법안도 발의되었다. 이전까지는 2년 형이었던 리베이트 받은 의사의 형량이 3년으로 강화되어서 현행범으로 체포가 가능하다. 그 외에도 일부 성형외과에서 대리 수술이 문제가 되면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법안도 발의되었고 경영이 어려워진 병원이 약품 도매상에 대금을 주지 않자, 납품받은 약품에 대해 6개월 이상 대금을 주지 않은 경우에 20%의 징벌적 이자를 물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영업정지를 시키는 법안도 있다. 분만 시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인한 의료 사고도 병원이 30%를 배상해야 하는 무과실 배상법도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 발표된 내용 중에 대형 마트가 납품업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손해를 입히면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병원은 과잉 치료나 허위 청구로 적발되면 최대 5배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의약품 실거래가 제도는 의료보험이 되는 모든 약품과 재료에서 병원은 돈을 남기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우리나라의 어느 산업도 이런 제도는 없다. 의료 보장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 위장 내시경 수가는 우리나라의 14배에 달하고 우리나라 수가는 인도보다 못 하다는 사실은 보도되지 않는다. 의료계는 많은 부분에 대해 억울해 한다. 일전에 우리나라 척추 수술 건수가 인구 대비 일본의 7배라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의료계는 비교를 하려면 최소한 OECD 국가 전체를 비교해야지 왜 최저 수술 국가를 비교하는가?

정부의 발표 중 의료계를 칭찬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 정부와 매스컴은 의사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집단이라고 매도하기 때문에 국민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직종에서 비양심적인 일부가 있다. 의사도 그렇다. 그러나 의사 전체를 매도하고 비도덕적이라고 욕할수록 의사는 더 비도덕적으로 변한다. 이래도 저래도 어차피 욕먹을 것이니 돈이나 벌자는 생각을 하는 의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편, 아덴만의 영웅인 석해균 선장을 치료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이국종 교수의 매출 성적은 매월 수억 원의 적자이다. 그러나 아주대병원은 이국종 교수를 내보내지 않는다. 적자에 비해 국민에게서 듣는 칭찬이 더 커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켄 블랜차드는 칭찬은 수단이고 진짜 목적은 사람을 동기화(motivate)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양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양심적일 것이다. 의사들이 자부심을 가지면 돈을 적게 벌더라도 만족하며 환자의 치료에 정성을 쏟는다. 이 세상에는 봉사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요한 봉사와 그렇지 않은 봉사를 나눌 수는 없지만 인제의대를 졸업한 이태석 신부같이 의사의 봉사는 많은 사람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의사가 되는 것이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존경을 받는 길로서 의대를 지원하고, 그렇게 의사가 되어서 환자를 치료해서 사회적으로 칭찬을 듣고 이에 자부심을 가지고 더 봉사하는 직업이 의사라는 인식을 국가와 국민과 의사 자신이 가지게 되는 시대를 기대하는 것은 꿈일까?

박원욱병원 대표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