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 조건으로 인권을 제시한 이후 경찰 내부의 개혁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주말 주요지휘관 워크숍을 열어 지방경찰청 단위의 인권위원회를 경찰서로 확대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다. 경찰청도 긴급회의를 열어 사건 초동조치, 집회 시위와 관련해 국선변호인 확대, 형사공공변호인 선임 등을 제시했다.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경찰 스스로 국민적 우려를 벗고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경찰 수사권 독립이 오랜 숙원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난관은 셀 수 없이 많다. 경찰의 수사권은 해방 후 미 군정 때 잠시 주어졌다가 정부 수립 후 검찰이 독점해 왔다. 새 정부 들어 검찰 개혁과 맞물려 경찰 수사권 독립이 논의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추진되다 실패를 거듭한 것은 경찰의 전문성 부족과 인권 침해 때문이었다. 경찰은 행정인력을 포함해 14만 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게다가 모든 업무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권력 기관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 힘이 막강한데 수사권까지 주어질 경우 권력이 비대해진다는 우려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경찰이 인권을 준수하는 수준을 넘어 옹호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구는 그래서 나온다. 정부에서 인권을 화두로 제시했지만 그것만이 전제 조건의 전부는 아니다. 수사의 투명성, 공정성, 전문성이 우선 강화돼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 상관의 개입 금지를 제도화하고 별도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는 상당한 타당성이 인정된다.

검경의 견제와 균형도 중요하지만 경찰 내부의 상호 견제 장치 마련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미 대선 때 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인사권, 감사권, 심의 의결권을 줘야 한다는 안이 나온 바 있다. 경찰청장, 지방경찰청장 인사가 독립돼야 수사권의 독립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경찰을 중앙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눠 권력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케 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쪼록 경찰 수사권이 검찰, 권력, 경찰 내부로부터의 독립을 이뤄 민주, 선진, 국민 경찰로 거듭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