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또 뭘 하고 지내나 하는 생각은 너나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매번 다가오는 주말은 찰나성 상념을 넘어 고민을 안겨준다. 맞벌이 부부에겐 밀린 집안일과 대소사에 휩쓸리기에 십상이건만, 아이들은 주말마다 이벤트를 기대하고 기다린다. 머리가 굵어지면 부모의 이벤트보다 또래문화를 더 좋아한다지만, 그렇다고 부모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간만에 제 역할을 해 볼 양으로 이즈음 열리는 '아트부산'에 눈길을 두었다. 이웃 엄마에게 주말에 아이들과 아트페어에 가자고 했더니 선뜻 응낙한다. 그러면서 "아트페어?"하고 갸우뚱하기에 "미술장터"라고 고쳐 말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살 게 있나? 아니 살 수나 있나?"하는 자문엔 잠시 서로 침묵이 흘렀다.

평범한 서민의 일상 속에 아트페어의 존재는 아직 크지 않다. 쉬운 우리말 대신 외국어를 내세워 만든 풍경이라 시작부터 낯설다. 왠지 아트페어는 고급 취향의 상류층 사람들이나 즐길 법한 일쯤으로 간주한다. 며칠 전 보도된 최성수 부인의 사기 혐의 항소심 선고에서 보듯 미술품은 상류층의 호사 취미에 더한 새로운 재테크 대상으로 비춰진다.

문제가 된 데미안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만 하더라도 10억 원, 20억 원, 아니 부르는 게 값이라니 미술품은 분명 서민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게다가 아무리 봐도 미술 작품은 어려운데, 더 어려운 용어를 끌어온 설명과 비평들은 혼절할 정도다.

그런데도 부산지역 아트페어는 꿋꿋하다. 그것은 비엔날레와 더불어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뿐 아니라 미래의 전망을 엿볼 수 있는 국제적 예술행사로 자리 잡았다. 비엔날레가 뚜렷한 주제 아래 전 세계 작품을 아우르는 국제 규모의 전시행사라면, 아트페어는 마켓을 바탕으로 동시대 다양한 미술품을 한 장소에서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장(場)이다.

전위적인 작품들에 비중을 두는 비엔날레에 비해 아트페어는 소장 가치와 용이성에 무게를 둔다. 문화산업의 일종인 아트페어는 비판 속에서도 꿋꿋하게 문화자본의 현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야 아트페어는 전국적으로 여럿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특히 부산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2일부터 장이 열린 '아트부산 2017'도 그중 하나다.

'아트부산 2017'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다국적 현대미술 장터이다. 16개국 170개 갤러리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벡스코 제1전시장과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지역과 세대, 그리고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성은 누구든지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두세 시간 정도로는 행사장들을 오가며 작품을 보기에도 버겁다. 벡스코 제1전시장만 휘돌다 그만두기 쉽다. 그러다 보면 F1963에서 진행되는 실험적인 특별전과 디자인 아트페어 등을 놓칠 수 있다. 달라지는 미술의 가치와 발랄성을 차치하고 규모주의의 상찬 뒤에 당장의 관람조차 어려움을 내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트부산'만의 독자성이 요구된다. 올해 6회째를 맞고 있지만 여타 국제아트페어와 구별되는 '아트부산'의 특성이 분명하지 않다. 차별화된 기획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 있다. 국제아트페어를 휘돌다 보면 초대된 갤러리와 작가·작품들이 중복된 경우가 적지 않다. 동시대 미술시장을 칼로 무 자르듯 구별 지을 수 없다 하더라도 가는 곳마다 똑같은 작품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미술시장의 다양화와 활성화라는 공통점을 넘어서는, '아트부산'만의 장기적인 차별화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트부산'은 대중화에 힘써야 한다. 적극적인 홍보가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장을 많이 마련해야 한다. 이를테면 천편일률적인 전시 부스는 웬만한 미술애호가가 아니라면 쉽게 지루해지고 지치기 마련이다. 규모에 비해 쉼터조차 턱없이 부족해 더욱 그러하다. 전시 부스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대중화를 끌어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초콜릿의 달콤함과 의자의 안락함을 선물한 갤러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쉼터를 전략화하는 것도 대중화 방안인 셈이다. 그리고 갤러리마다 날짜를 달리해 공감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작가와 셀러, 그리고 관람객들이 미술품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단평이나 사진을 '아트부산' 홈페이지에 올려 공유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현대미술의 재미와 교육, 나아가 구매를 촉발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 작은 것에서부터 다각적인 대중화 노력이 요구된다.

'아트부산'이 햇살처럼 뜨거워졌으면 한다. 오래간만의 호사가 아닌 함께 즐기는 우리들의 미술 장터로서 말이다. 아이들이 칭얼거리는 대신 활달하게 움직이며, 소품 하나라도 부모와 생각을 나누며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아트페어가 우뚝 서는 날을 기다려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