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그야말로 화끈하게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말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내용을 미리 설명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기자실을 찾은 예산실의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는 '화끈하게'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왔다. 지금까지 실업난을 덜기 위한 예산 편성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지난 5일 모습을 드러낸 추경안은 그의 말대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화끈한' 의지가 느껴졌다. 우선 전체 규모 면에서 애초 10조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1조2000억 원이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세 번째 근로자의 임금은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한다. 청년들이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청년창업펀드에 5000억 원을 투입하고, 3000억 원 규모의 재기지원 펀드도 신설하기도 했다. 청년 창업 지원에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여건 조성을 위해 첫 3개월간 육아휴직 급여를 배로 인상하고, 국공립 어린이집도 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시·군·구로 확대하고 치매안안심병원을 대폭 확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추경안은 벌써부터 논란에 휩싸여 있다. 논란의 핵심은 역시 중앙 공무원 4500명과 지방 공무원 7500명 등 1만2000명의 공무원을 직접 채용하는 내용이다. 중앙 공무원 4500명의 인건비만 하더라도 내년부터 매년 1200억 원이 들어간다. 보수가 인상되면 규모는 당연히 더 커진다. 공무원 추가 채용은 미래 세대에도 부담이다. 이미 공무원연금이 지난해 3조8000억 원(군인연금 포함)의 적자를 냈으며, 이 규모는 2025년 9조7000억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 공무원들에게 들어갈 미래 연금액을 추산한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는 지난해 600조5000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6조8000억 원 증가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가 공무원 신규 채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도 이 같은 이유를 들어 공무원 신규 채용에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면서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1%에 달했지만, 4월 청년실업률은 1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 청년실업률은 수개월째 24% 안팎을 기록 중이다. 일자리의 질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긴급히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고용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공부문이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번에 뽑는 공무원이 소방·사회복지 등 꼭 필요한 인력이고, 우리나라 공무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보다 낮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추경의 집행을 통한 고용상황 개선과 성장률 제고 등의 효과가 일부에서 제기되는 부작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다.

지금의 일자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격 요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만큼 이번 추경안은 일부 손질이 되더라도 국회의 문턱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예산을 쓰기로 결정한 일회성 대책이 아닌 민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근본 대책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공공 부문의 비효율을 걷어내는 작업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야말로 화끈하게 세금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두고 두고 받게 될 것이다.

서울경제부 부장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