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새 정부의 개혁 청사진은 시시각각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 개혁 문제는 나중 일이고, 딱 1년 후인 2018년 6월 13일에 시선을 집중하는 사람이 많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리는 날이다. 자리를 사수하려는 현직이나 호시탐탐 지방권력의 한 축을 꿰차려는 도전자들의 마음은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제7 공화국의 길목에 서 있을 예정이다. 30년간 지속해온 제6 공화국 권력구조 개편이 시간문제인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설사 정치권의 충돌과 국민적 합의 미흡 등으로 이날 개헌 찬반 투표가 불발되더라도, 지방권력 구도가 변한 뒤 헌법을 바꾸는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대통령은 물론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 학계,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은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 방향과 구체안이 쉽게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개헌 문제를 놓고 국회 논의의 장이 마련되겠지만, 여야 정치권의 이해득실이나 중앙과 지방권력의 함수관계 등과 맞물려 진전을 보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국회권력도 개헌 문제는 잠시 뒷전으로 밀어낸 느낌이다.

특별한 촉매 역할이 있어 개헌 작업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혹자는 결국 내년 지방선거의 향배에 따라 여당이든 야당이든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두고 볼 일이다.

내년 6월 선거에서는 그래서 지난 6번의 지방선거와 비교해 차원을 달리하는 국민 주권행사가 이뤄지겠다. 게다가 선거판의 싸움구도나 여야 후보군의 전략적 마음가짐,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의 관전 포인트도 예전 선거와는 완전히 딴 판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이번 지방선거는 의미심장한 요소를 많이 안고 있다. 부산만 해도 과거 선거의 잣대를 들이대 판세를 읽고 결과를 예측한다는 게 어리석을 만큼 복잡한 양상이다. 우선 부산시장 선거구도가 예사롭지 않고 흥미진진한 흐름세다.

재선의 고지를 향해 현직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열심히 뛰고 있는 현 시장의 대항마로 수많은 여권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 5월의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여야 신분은 엇갈렸고, '지금 여권'은 그동안 언감생심 꿈에서조차 아득했던 당 후보의 부산시장 당선이 이번에는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잔뜩 품고 있다. 당 지지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 시장으로 시작해 이제는 야당 시장이 된 현 부산시장에 맞서 당내 공천을 노리는 경선 후보군도 여럿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당 깃발에 따라 판가름 났던 지역선거 분위기가 이제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부산 야권'은 오랜 전통의 텃밭 논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시장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어느 정도 보인다. 아무도 모를 일이다.

부산의 16개 구·군 자치단체장이나 42개 선출직 시의원(비례 5개) 선거판은 예측불허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일부 시의원은 기초단체장을 향해 뛰고 있다지만, 당장 몇 명의 시의원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지역 정치권과 관가의 주요 관심사다.

여권은 바뀐 환경이 낯설다. 기초단체장과 지역 시의원 배출은 떼 놓은 당상이고, 몇 명이 당선되고 누구를 어느 곳에 공천할지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야당시절과 달리 사람이 몰려 내심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는 소문도 들린다. 과연 그런지 당내 사정은 알 길이 없지만, 과거와는 다른 풍경인 것만은 사실이다.

야권은 속내가 복잡하다. 요지부동의 기초단체장과 지역 시의원의 1당 독식시대가 종언을 고한 상태에서 여당에서 야당으로 전락한 신세 또한 서럽다. 당마저 쪼개지고, 새로운 야당까지 합류한 터라 야권 3당의 중량감 있는 후보 영입전쟁도 가열될 모양이다. 그래도 선거판 계산법은 달라 야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내년 6월 이후 지방권력 추의 방향과 여야 판도를 가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는 유권자의 선택의지가 여물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당연히 여권이나 야권이나 남은 기간 변수에 따라 부침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1년이 짧다고만 할 수 없기에 지금 바뀐 선거판 환경이 또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 여기에 개헌 문제까지 고리가 걸리면 내년 지방선거 결과는 물론 지방권력의 향배가 한동안 안개 속에서 떠돌 것으로 보인다.

30년 만에 묵은 때를 벗고 새 옷을 갈아입을 대한민국 헌법은 권력 분산과 지역균형발전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국 유권자는 어떤 선택으로 개헌 방향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그중에서도 지방권력 분산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는 부산의 선택이 가장 궁금하다.

편집국 부국장 겸 뉴미디어본부장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