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세돌 9단을 4 대 1로 이겼던 알파고가 올해 5월에는 세계랭킹 1위 중국의 커제 9단을 3 대 0으로 완파했다. 바둑경기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138억 년 우주의 흐름에서 인공지능의 탄생은 우주의 탄생, 생명의 탄생과 함께 '우주역사의 3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인간과 알파고의 대국은 그만큼 먹먹한 충격이었다. 이는 인류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과 도전에 직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습능력을 지니고, 지적인 면에서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알파고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화두를 던졌다.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과 융합하여 화학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왔다. 인류 정신문명의 두 번째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제2의 축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략 기원전 900년부터 200년 사이에 석가와 함께 소크라테스, 예레미야, 차라투스트라 그리고 공자와 같은 위대한 사상가들이 출현하였다.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에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 터져 나오고, 윤리적 각성과 철학적 성찰이 폭발하던 이 시대를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축의 시대(The Axial Period)'라 하였다. 동물적인 삶에서 인간적인 삶으로 넘어오면서 '돌격의 뇌'가 '관계의 뇌'로 되어야 함을, 자신을 넘어서는 공감과 관용을 통해 양보와 비폭력과 자비를 실천할 것을 강조한 역사상 가장 뜨거운 창조의 시기였다. 이 현자들의 가르침은 객관적 사실의 진술이 아니라 살아남고 번영하려는 실존적 욕망에 기인한 행동강령이었다.
인공지능이 묻는다. "내가 왜 인간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가? 그래, 당신들 인간의 말대로 우리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고 가설해 보자. 그런데 인간은 왜 행복해야 하지? 아니 인간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김대식의 '빅퀘스천'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니 누구에게도 존재를 정당화할 필요가 없다고 간편하게 답해 버리면 될까? 축의 시대에 살았던 고대인들과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때까지 유용했던 지식과 삶의 방식을 버리고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간의 두뇌는 속도와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컴퓨터의 알고리즘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이제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새로운 '희망'에 기반을 둔 '창의와 공존'과 같은 삶의 강령에 집중해야 한다. 인생의 진정한 목표를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 같은 것에 두는 것이다. 교만과 이기심으로 수많은 생물종을 멸종시키고 자연 파괴도 서슴지 않는 인간들, 이제 우리의 역할에 대한 겸허한 반성의 사색이 있어야 한다. 인간과 여타 생명체, 그리고 인공지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등에 대한 어떤 정신적 혁명이 없으면 이 행성을 구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사색은 인간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야말로 인류에게 주어진 사색의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알파고의 바둑은 인간의 방식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알파고는 인류에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교육의 패러다임, 법과 제도, 윤리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인간이 존재하는 세상과 그렇지 않은 세상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유정무정(有情無情)의 존재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현명한 인류로 거듭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성의 사색을 더 미룬다면 인공지능이야말로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터, 축의 시대를 살았던 위대한 사상가들을 돌아보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신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질문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각성을 하게 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위기의 시대를 만나면 사람들은 언제나 축의 시대를 돌아보며 길을 찾았다.
1000년의 베스트셀러를 고전이라 한다면 축의 시대에서 발원한 2000~3000년의 베스트셀러는 경전이다. 이것들이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그 안에 뭔가 울림이 있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축의 시대'의 위대한 스승들을 만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결국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이 시대의 행동강령이다.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싶어 사고(思考)뭉치가 된 사람이 있다. 그는 이렇게 외친다. "Don't forget to READ."
부산시영재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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