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법과 장애인복지법의 엇갈린 규정 때문에 외국인 난민이 법에 보장된 장애인 복지 혜택을 못 받는 부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 사상구에 사는 파키스탄 난민 무하마드 자이 씨는 지난 1월 구청에 뇌병변 장애를 지닌 초등학생 아들에 대한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현행 난민법상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난민은 우리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게 돼 있지만, 장애인복지법에는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을 외국국적 동포와 영주권자, 결혼이민자로 제한한 탓이다.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우리 인권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복지부 장관에게 난민이 등록 대상에 포함되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는데도 무시하고 있어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제난민지위협약에는 외국인 난민에게 자국민과 동일한 사회보장 혜택을 해주도록 돼 있다. 우리 난민법 규정은 결국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끌려다니듯 만든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복지부의 행태가 이를 방증한다. 이러고도 북한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인권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이 씨의 아들은 매일 가파른 언덕길과 인도도 없는 터널을 절뚝거리며 걸어 장애인 특수학교로 통학한다. 장애인 등록이 안 돼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을 수 없어서다. 자이 씨는 아들이 비탈길에 미끄러지거나 장애물에 걸려 넘어져 다치지 않을까 늘 걱정이다. 파키스탄의 내전을 피해 안전하다고 생각한 한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왔건만, 우리의 난민 홀대는 자이 씨 가족에게 조국의 내전 상황처럼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우리의 난민 인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난민 신청을 했다가 인정되지 않으면 당사자가 모국으로 강제 송환될 때까지 무기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할 수 있다. 인권위 보고서에 따르면 6년까지 장기 구금된 외국인도 있다. 운동시간은 1주일에 월·목·금 3일만 30분씩 주어진다. "감옥 같은 생활"이라고 외국인 인권단체는 전한다. 난민은 물론 난민 신청자에 대한 인권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