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NC 다이노스전이 진행되던 도중 롯데 자이언츠 팬들 사이에 한 가지 소문이 돌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투수 팀 린스컴이 롯데로 온다는 소식이었다. 나중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그런 슈퍼스타가 롯데로 온다는 한마디만으로 잠깐이나마 기분 좋은 상상을 펼쳤다.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도전의식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한국에서 볼 수 있다면 팬이나 선수들은 대환영하지 않을까.
이번 시즌을 시작하기 전 롯데의 외국인 선수 구성에는 2% 정도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상대적으로 마운드에서 인상적인 선수가 적었던 롯데의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에이스 역할을 했던 조쉬 린드블럼을 잡지 못했고, 앤디 번즈도 시즌 초반보다는 좋아졌지만 다른 팀 타자와 비교하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린드블럼이 가족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떠난 상황에서 레일리는 이번 시즌도 어느 정도 활약은 할 거라는 생각이었지만 결국 부족한 기량이 드러났다.

한국 프로야구에 1998시즌부터 등장한 외국인 선수 제도를 통해 선보인 많은 선수 중 롯데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검은 갈매기'로 불린 타자 펠릭스 호세다. MLB에서도 뛰었고 롯데에서 거둔 놀라운 성적으로 다시 미국 땅을 밟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당시 호세는 만화 주인공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이 승부처다'고 생각한 순간 결정적인 한 방을 때려냈기 때문이다. 요즘도 경기장에 호세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오는 팬들이 있는 걸 보면 실력이나 인기 면에서 좋은 용병이었다.

한국 야구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투수의 경우 에이스 역할을, 타자는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에이스라고 하면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뿐만 아니라 나아가 7이닝 2실점 미만으로 경기를 막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연패를 끊어내고 연승을 이어가면서 팀에 확실한 '1승'을 책임져 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국내 투수들의 활약도 필요하겠지만 뛸 만한 선수가 많아지면 그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가 야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열정도 중요하다. 최선을 다할 자세가 없다면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에게 '한 시즌 채우고 간다'는 생각밖에 안 들 것이다. 요즘은 외국인 선수들이 오히려 한국에서 성장하고 실력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외국인 선수들은 낯선 환경과 사람들과 만나는 만큼 얼마나 잘 융화될 수 있는지가 성공의 열쇠다. 호세의 경우 성격이 다혈질이긴 했지만 오히려 경기에서 승부욕으로 드러나며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선한 선수들에게 의욕을 부채질할 수 있는 그만의 장점이었다. 부드러운 성격의 린드블럼은 올해 MLB에서도 작년까지 호흡을 맞춘 포수 강민호나 동료 박세웅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외국 리그에서 정상급에 있던 선수가 한국 무대에 온다면 우리나라 선수들이 배울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 롤모델로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팬들도 '우리 팀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 자부심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 시점에 롯데의 외국인 선수 농사는 결과적으로 패착을 맞았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이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 오래 기다릴수록 팀은 힘들어진다. 시즌 시작 전 투수 파커 마켈이 돌아간 것도 뼈아팠다. 선수 한 명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바꾸는 과정도 힘들어졌다. 만약 또 잘못된다면 큰일 나는 만큼 심사숙고를 거쳐야 한다.

KNN 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