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대중교통은 광역버스와 도시철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지대나 간선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주택가에는 이들 교통수단이 다니기 어렵다. 그래서 도입된 게 광역버스 정류소나 도시철도역과 동네를 연결하는 '틈새 교통수단'인 마을버스다. 부산의 경우 '마을버스'라는 이름으로 운행을 시작한 건 2000년 8월이지만, 기원은 197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135개 노선에 571대가 운행하고 있다.

마을버스는 동네 구석구석 도는 실핏줄 같은 교통수단이다 보니 주민들이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추억도 많다. "마을버스를 타려고 정류소에 서 있는데, 버스가 쌩하고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겁니다. 쫓아가며 외쳐도 문을 안 열어주는 거 있죠. 이용객이 적은 버스라 그런지 운행을 너무 대충 하네요."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강력하게 항의하세요" "행정관청에 민원을 넣으세요"…. 글쓴이의 분한 심정에 동조하는 댓글이 꼬리를 문다. "여기 마을버스 기사님들 친절한 분이 많은데, 그 기사님 한 분 때문에 다른 기사님들 상처 안 받길 바랍니다. 밥도 제대로 못 드시고 일하거든요." 운전기사의 사정을 헤아리는 따뜻한 댓글도 눈에 띈다. 마을버스에 얽힌 소소한 일상이 정겹다.

마을버스 교통정책도 흥미롭다. 1995년 2월, 서울 서초구에서 시행한 '통학 전용 마을버스'가 특히 이색적이다. 학부모들이 너도나도 자가용으로 자녀를 등교시키다 보니 출근시간 교통체증 요인으로 지목됐다. 구청이 그 대안으로 꾀를 낸 게 마을버스 8대로 관내 학생들을 실어나르는 것이었다. 운행과 관련한 민원이 끊임없지만, 이쯤 되면 마을버스는 지역의 효자라 할 만하지 않을까.

마을버스가 마을을 벗어나 세계로 도약했다. 여행작가 임택(57) 씨를 통해서다. 그는 최근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라는 책을 펴냈다. 폐차 직전의 마을버스를 구입해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677일간 48개국을 여행한 기록이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인생이 마을버스와 닮았다는 생각"에서 기획한 여행이다. 여행 도중 에콰도르에서 강도와 협상을 벌이는가 하면, 볼리비아 유우니사막에선 모래폭풍을 만나 죽을 뻔하는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마을을 거치지 않고는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 마을은 세계화의 출발점이다. "가장 지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란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임 씨의 여행이 그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