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초 공립도서관인 부전도서관을 재개발하는 방식을 놓고 대립해온 부산시와 부산진구가 그제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부산진구가 행정자치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중분위)에 조정 신청을 한 이후 최근 중분위가 양측 협의를 유도하는 권고를 내린 후 첫 만남이었다. 향후 매달 1번 이상 회의를 열도록 하고 필요하면 중분위도 참여해 중재에 나선다. 양측의 공방 끝에 10년째 표류해온 재개발 사업에 이번에는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2008년부터 검토돼 2012년 구체화된 부전도서관 재개발 자체를 두고 부산시와 부산진구의 이견은 없다. 1963년 건립돼 5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진구는 수익형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지하 3층, 지상 8층의 새 건물을 짓는 계획을 부산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부산시의회가 사업 가결 조건으로 '원형을 보존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자 부산시도 승인을 거부해 갈등이 시작됐다. 부산 최초 공립도서관이라는 역사성 보존론과 상업개발 불가피론이 맞선 것이다.

그 이후 부산진구가 원형 보존 요구를 일부 반영한 설계변경안을 6차례 제출했지만 부산시는 매번 원형 보존으로 볼 수 없다며 반려해 끝내 중분위 조정 신청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갈등을 중재하는 중분위조차 어느 한 기관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울 정도로 양측의 주장은 저마다 타당한 이유가 있다. 부산진구로서는 원형을 보존한다고 해도 민자사업인만큼 사업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시 또한 첫 공립도서관의 상징성이 제대로 남겨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의회 의견 등 여론을 거스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끝모를 공방의 피해는 결국 시민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재개발 추진 이후 부전도서관은 보수공사조차 할 수 없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에 규정된 열람석 수도 못 채울 정도의 열악한 시설에도 이용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시민 불편을 생각한다면 양측이 중분위 재협상에서 어떻게든 서둘러 결론을 내야 옳다. 형식적 협상으로 끝내 대법원 행정소송까지 이른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 시민들은 되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