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북한 응원단 참여도 함께 권유했다. 그제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주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축사를 통해서다. 장웅 IOC 위원과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 ITF 시범단 등 북한 측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 교류가 스포츠 분야에서 진행된 것이다. 북한의 핵 도발로 꽉 막힌 남북 관계가 민족 스포츠 태권도로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국제적인 대북 제재 국면에서 이런 교류 시도가 자칫 오해를 살 여지는 없는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내년 2월 열리니 7개월가량 남았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 가치 실현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에 한발 더 나아가 단일팀 구성 카드를 꺼냈다. 남북 화해의 돌파구를 스포츠에서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스포츠는 모든 장벽과 단절을 허무는 가장 강력한 평화의 도구로 저는 평화를 만들어 온 스포츠의 힘을 믿는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북한이 대답할 차례다. 오는 9월 평양에서 열리는 ITF 대회에 우리나라의 WTF 시범단 답방이 추진되고 있고,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정부 차원에서 거론되는 마당이다.

특히 코앞에 닥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노력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임을 제대로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앞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재 및 압박과 대화 병행'은 물론 '조건이 맞는다는 전제 아래 평양 방문' 등을 강조했다. 결국, 이번 제안은 문 대통령의 의지, 미국의 지지,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