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 위로 쏟아지는 햇빛의 열기가 뜨겁다. 눈부신 햇살과 찬란한 초록이 자꾸만 몸과 마음을 밖으로 이끄는 계절이다. 떠밀리듯 일어나 새로 산 립스틱을 바르고 나간다. 햇빛에 살결이 빛나고 바람이 품은 여름 향기에 걸음이 명랑해진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머리가 휘날리고 발끝이 운전하는 대로 걸음은 나아간다. 그 길을 따라서 그간 무심코 지나쳐버린 것들을 들여다보며 멀어져 있던 나에게로 가고 싶다.

마음으로 뛰쳐 들어온 여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여행에 눈길이 간다. 레저스포츠, 삼림욕, 식도락 등 테마를 가진 여행이 많다. 그중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민주야 여행 가자'이다. 이 프로그램은 민주화 운동사와 민주주의 관련 지역을 탐방하는 내용이다. 민주주의를 공부하며 그것의 표상을 찾는 여행이라니. 촛불집회에서 탄핵정국을 거쳐 장미대선을 이뤄낸 우리에게 참 의미 있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 꽃이 핀 6월, 우리의 촛불이 품은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다. 민주주의의 가치와 의미로 우리는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뜨거웠던 일련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이뤄낸 것인지, 어떻게 해야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확인하면서 화두가 된 것이 민주주의다.

이와 관련해 국제신문이 창간기획으로 내놓은 '깨어 있어야 지킨다, 일상의 민주주의'는 부산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을 재확인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사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본거지로 '촛불 혁명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부산에서 일궈낸 민주주의를 기억하고 되짚어본다.

연재 기사들은 관련 조례가 없어 민주화운동 관련 사업 지원이 불가능하고, 입시 교육으로 인해 민주시민 교육은 개념 정리에만 그치고,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공간과 상징물들은 온전하지 못하고, 유신정권을 종식한 부마항쟁은 재평가를 통해 기념재단을 설립해야 하는 등 현재의 모습들을 진단하며 대책을 모색한다. 연재된 기사를 통해 민주항쟁의 역사와 경험이 풍부함에도 부산이 민주화의 성지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실정으로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항쟁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날 광장에서 타올랐던 촛불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우리 스스로 지녀야 할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과 태도를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부산의 민주 정신을 재조명하여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민주화의 성지로서 부산을 맞이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제대로 가꾸지 못한 부산의 민주주의를 확인하면서 아쉬운 내용도 있다. 연재 기사 내용 중 민주주의 현안에 대한 사회학 교수의 조언이 연이어 실린 점이다. 전문가의 조언도 좋지만 훼손되고 잘못된 민주항쟁의 모습을 보는 시민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담아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기사에서는 '일상의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 의견이 반영되길 기대한다.

'현장&이슈' 코너에서 전한 기사는 민주항쟁 현장에서 열린 부산 기념식의 모습이다. 30주년 기념행사에 단 한 명 참석한 지역 의원이 시민과 말싸움까지 벌였다는 소식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민주주의 심장, 다시 뛰는 부산'이라는 주제까지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기사의 내용은 기념식에 지역 정치권의 인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거 불참했다는 사실을 전해주는 것에 그친다. 이에 더해 기념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준 시민들의 다양한 모습을 전해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87년 민주 항쟁에서부터 30년간 민주주의를 이어온 주인공이 시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면 더 의미 있는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국제신문에서 '지원 조례를 만들자'는 기사가 보도된 뒤로 '부산시 민주화운동 기념 및 정신 계승에 관한 지원 조례' 제정이 추진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이러한 보도 과정은 일상에서 촛불을 밝히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시민으로서 자발적으로 현실 문제를 비판하고 사회에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일 때 민주주의가 더 건강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현안에 대한 언론의 정확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언론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재차 확인하며 언론의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