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을 나간다"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살 초등생을 유괴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큰 충격을 줬다. 이를 비롯해 최근 살인·방화 등 흉악한 사건의 가해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현병이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 사회적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질환으로 정신분열증이라 불리던 병명에 대한 거부감으로 2011년 명칭을 변경하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에 50만 명가량이 조현병 환자이거나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정신질환 중에서도 조현병은 치료하기가 까다롭고 완치가 어렵지만 약물과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면 사회생활이 가능할 만큼 완화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마음이 왜, 그리고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많은 이론을 접하고 배웠지만 세계적인 임상심리학자이면서 정신과 의사인 윌리엄 글래서 박사의 선택이론과 현실치료가 가장 마음에 와닿아 배우면서 가르친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나 크고 작은 사건들과 만남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다행히 인간은, 자신들의 문제를 피하거나 순응하거나 공격하는 비생산적인 행동보다는 문제와 만남을 학습의 기회, 성장의 계기로 삼아 창조적이고 만족할 만한 개인 경험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생래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글래서 박사는 인간이 그 욕구충족 방법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마음에 관한 이론의 발전과정에서 두뇌의 작용을 설명하려는 이론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론가들은 항상 그 시대의 과학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19세기 이론가들은 두뇌를 인체 구조를 다스리는 증기 엔진에 비유했다. 20세기 초에는 두뇌를 전화교환장치와 유사한 뒤얽힌 정보 교환체로 보았으며, 1940년대 이후에는 컴퓨터가 여러 이론의 모델로 등장했다. 그중 하나는 두뇌를 인공 두뇌학적 자동 제어장치 혹은 통제 체계로 보았는데, 이와 비슷한 이론에서는 두뇌를 좌·우의 두 측면이 있는 컴퓨터로 보았다. 레이저 기술을 기본으로 한 접근 방법은 두뇌를 외부세계의 상(Image)을 담고 있는 홀로그램(Hologram)으로 설명한다.

선택이론은 살아 있는 생물이 보여주는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목적 없는 행동은 없으며 행동은 무엇인가를 성취하려고 고안된 것이다. 인간의 행동은 유전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5가지(사랑과 소속, 성취, 자유, 즐거움, 생존) 기본욕구와 현실에서의 바람(want)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행동에는 목적이 있으며, 외부의 자극보다는 내부로부터 유래된다는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다.

결국, 행동이란 내면에서 나오는 것으로 대부분이 선택 가능한 것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글래서 박사는 심인성 질환과 정신병이라 불리고 있는 것도 선택으로 주장한다. 선택이론은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선택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자동차를 삶에 비유한다면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옆 좌석에 부모나 스승 또는 연인이나 자녀 등 자신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앉아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아무리 주문하여도 운전대를 잡고 있는 자신이 핸들을 돌려야만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이론에서는 우울, 불안, 기쁨 등을 정적인 상태로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행동들은 만들어지기 때문에 현재진행형으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우울해하고 있다, 불안해하고 있다, 기뻐하고 있다' 등으로 표현된다. '화난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화를 내고 있다'라고 말한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나는 지금 우울하다'를 '나는 지금 우울하기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글래서 박사는 환각과 망상을 포함하여 정신병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은 자신의 욕구충족과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광적인 창의적 행동을 한 것으로 본다. 광적인 창의성은 '정상적'인 우리 대부분이 판단하기에 비슷한 상황에서 우리가 했으리라고 생각되는 것과 매우 다른 것을 행한 것이다. 우리가 머릿속으로 창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미친 짓이든 정상적이든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그 창조한 것을 실행하기로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긴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따르므로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인지를 스스로 점검하고 수정하여야 한다.

부산대병원 상임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