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식물원과 구서동을 잇는 금샘로가 부산대의 반발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3㎞ 가량의 나머지 도로는 완공됐지만 부산대 구간 690m 때문에 도로가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73년에 도로 건설이 결정됐는데도 44년이 지나도록 이런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학생과 교수들의 학습권 보호 요구는 충분히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렇기는 한데 전혀 피해를 주지 않고 도로 개설 공사를 하라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학교 측은 금정산 쪽으로 우회하도록 도로 계획을 변경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설계 변경 등으로 시간이 무한정 늘어나는 데다 예산이 급증해 어려움이 있다. 지상에서 땅을 파고 들어가 터널을 만드는 개폐식 대신 터널 공법으로 방식을 변경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연결도로가 이미 개설돼 있는 상태에서 지하 30m 이상 터널을 뚫으려면 연결 도로까지 다시 공사를 해야 한다. 당장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어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

현실이 그렇다면 남은 것은 공사 기간의 문제다. 3년으로 잡혀 있는 건설 기간을 대폭 단축한다면 그나마 학습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내년 9월에 산성터널이 개통되는데 연결도로가 3년이나 걸려서야 앞뒤가 맞지 않다. 700억 원의 예산 조달이 쉽지 않겠지만 부산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지 않고는 해결 방안이 없다. 공사도 연결 부위부터 할 게 아니라 예술대, 화학관, 법학전문대학원, 기숙사가 있는 부분부터 먼저 끝낸다면 학습권 보호에 조금은 도움이 될 듯하다.

이번 사안은 시와 대학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다. 시는 오래 전에 도로를 냈다면 해결됐을 텐데 시간을 끌다가 문제를 키웠다. 부산대도 마냥 학습권만을 내세울 일은 아니다. 도로 계획은 44년 전에 돼 있었던 데다 당초 지상이던 도로 계획을 지하로 변경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그 뒤 건물이 들어서는 등 상황 변화가 있긴 했지만 아예 우회하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다. 대학 측은 지역 발전을 위해 일부 피해를 감내하고 부산시는 최대한 학습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