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경구 같은 단시 '섬'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사람들 사이의 섬은 소통을, 그 섬에 가고 싶다는 건 인간적 유대를 열망하는 표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와 상반된 독법도 눈에 띈다. 섬을 군중 속의 고독, 가고 싶다는 것을 고독 해소 의지로 읽는 이도 있다. 이 시를 어떻게 해석하든 불통과 단절의 심연이 곳곳에 패여 있는 현실 인식은 동일하다.

이 시를 실증하는 듯한 5건의 사건이 지난달 12일부터 어제까지 부산에서 연달아 발생했다.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홀로 외롭게 숨진 '고독사'다. 사망 후 시신이 방치된 기간도 보름에서 4개월에 이른다. '1인 가구' 시대의 슬픈 민낯이다. 지난 5월 기준으로 부산의 1인 가구는 전체 인구(353만7513명)의 14.1%를 점하는 50만328가구다. 이들 중 약 13%에 달하는 기초생활수급자(6만4989명)는 사회복지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까닭에 대체적인 동향이 파악되지만, 나머지 43만5339명은 무관심의 그늘에 밀려나 있다. 사람들 사이에 누구도 찾지 않는 외딴섬이 널려 있는 셈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1인당 국내총생산액이 4만6000달러가 넘는 자유와 개성의 나라,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해답을 구해 본다. 암스테르담 시당국은 최근 '고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시민 70만 명 중 30만 명이 '고독한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 시민들과 우리는 고독의 바다를 표류하고 있는 건 같아도 고독의 질과 원인은 다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구가하는 암스테르담 시민들의 고독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빠져 있지만 우리는 빈곤이 주요 원인을 이루고 있다. 가족 해체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격절은 빈곤 탓이 크다.

그래도 암스테르담 시당국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는 있다. 고독이라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치유하려는 진지한 자세다. 그들은 "고독과의 전쟁에 이미 만들어진 치료법은 없다. 어떤 게 효과가 있고 없는지 치밀하게 조사한 뒤 내년까지 장기적인 해결책을 고안해낼 것"이라며 복지국가다운 접근 태도를 보였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부산시도 1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고독사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막막하기는 부산시나 암스테르담시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른 게 있다. 고독을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다. 고독과의 전쟁 선포가 절실하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