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많은 사람이 '타이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소수 정예로만 구성된 프라이빗 골프장, 회원제 헬스클럽, 회원제 리조트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 직장인들이라면 최상위권만 들어갈 수 있다고 소문난 각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에 취직하고자 하는 욕망. 어린 학생들이라면 싸움 잘하는 친구들만 모이는 서클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욕망.

그리고 나 같은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게임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국제시합에서의 메달 획득. 또한, 우리 모두가 소소하게 맞닥뜨리는 작은 시험, 대회까지 모두가 '타이틀'이다.

작게나마도 이런 '타이틀'을 거머쥐고 나면 우리에게서는 서서히 오만의 기운이 싹트게 된다. 사실 이러한 오만은 사람이라면 세상에 자랑하고 싶은 욕망의 표출이다. 남들이 오만하면 '허세부린다'라고 하지만 우리 자신도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자랑하고 싶은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오만이 극에 달한 사람에게 겸손해지라고 말한다면 어떤 사람이 순순히 경청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부분은 기분 나빠하거나 듣는 척만 하다가 끝날 것이다.

인터넷에서 한 번은 이런 글을 읽었다. 태어나서 난생처음 페라리를 갖게 된 젊은이에게 항시 규정 속도를 준수하면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안전운전하라고 한다면 그 젊은이는 콧방귀 한 번 뀌고 '쌩' 하고 달아나버릴 것이라고.

오만은 아주 자연스러운 과시 욕구에서 시작된다. 내가 부단한 노력으로 '타이틀'을 거머쥐고 칭찬받았을 때, 이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표출할 수단은 '과시'이다. 그리고 이 과시가 누적되고 경화되면 이것이 '오만'으로 변질된다.

외적으로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어느 정도 보유할 만큼 성장했으나 그 타이틀을 제외하고 내적 수준은 외형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하찮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괴리감을 해소하기 위해 오만한 인간은 포장하기 위한 최선의 연출을 한다. '겸손한 척' '솔직한 척' '아닌 척' 한다. 외형적으로는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므로 제3자가 나서서 그에게 훈계하거나 겸손해지라고 말할 수도 없다.

수없는 난관을 거쳐 마음이 지극히 성숙해졌을 때 비로소 드러날 수 있는 완숙의 경지가 되듯이 똑같은 '타이틀'을 거머쥐었더라도 오만한 이는 햇병아리이고 겸손한 이는 백전노장이다. (요즘 백전노장이라고 다 나이 든 것은 아니다!) 오만과 겸손의 차이는 가히 하늘과 땅 차이보다도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코앞만 보고 말을 타지 말자. 우리가 앞으로 타야 할 말은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이다. 우리가 앞으로 치러야 할 시합은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이다. 우리가 앞으로 만나야 할 승마인은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다. 나 역시 인간이기에 부족함이 있고 오만함이 깃들기 마련이지만 차기 승마인들이 적어도 말 위에서만큼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포장하지 말자.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내 생각이 바르다고 생각하지 말자. 오만한 승마, 코앞만 보는 승마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말 앞에서 겸손해지고 사람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겸손해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내공이 있는 무시무시한 승마선수'가 될 수 있다.

오늘 나, 그리고 우리는 평소에 흔히 말하는 '겸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대명소노펠리체 승마단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