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님. 지난 5월 10일에 취임했으니 어느새 두 달이 훌쩍 지났네요.

어떤 이는 그동안 하도 많은 것이 바뀌고 대통령의 전방위적 소통 행보가 연일 이어져 마치 2년이 지난 듯 친숙하다고 합니다. 또 어떤 이는 "바뀐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 몇몇 장관밖에 없다"라고도 하지요. 이런저런 말은 많지만, 지난 2개월간 국내와 국외를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뛰셨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고, 또 기대를 거는 것이 다시 시동을 건 '정상외교'입니다. 우선은 취임 50일 만에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잠시 귀국했다가 불과 이틀 반 만에 다시 독일로 날아가셨지요. 취임 만 두 달째였던 지난 10일도 독일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속에서 맞았다고 하더군요.

수년 전 부산 범일동의 어느 다방 모서리에서 인터뷰를 핑계 삼아 뵀을 때도 몸살을 앓고 계시던 것이 선한 데다 근래의 강행군에 대통령의 심신이 지쳐 있을 것을 모르지 않기에, 공개적으로 "중국 순방을 서둘러 달라"고 말하는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조속한 중국 순방을 청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그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우리 기업과 국민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한·중간에 얽힌 실타래가 풀릴 수도 있겠다는 징후들이 포착됩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 처럼 변화의 징후가 보일 때 주저말고 움직이자는 말이지요.

우선 최근 독일 G20 '외교 전쟁터'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을 주목합니다. 시 주석이 첫 만남에서 굳이 대통령의 저서 '운명'의 서문에 나오는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을 언급하며 "나와 중국인들에게 문 대통령은 낯설지 않다"고까지 말한 것은 친밀감의 표현으로 읽힙니다. 또한 시 주석은 단 한 차례도 '사드'라는 표현 자체를 하지 않았다지요. 이는 상당한 변화입니다. 사드가 양국 간에 쟁점이 되기 시작한 것이 정확히 3년 전인 2014년 7월 시 주석 방한 때 그가 '사드 배치 반대'를 공식 언급하면서부터였고, 그동안 가장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낸 사람도 시 주석 본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시 주석은 은유적 표현으로 에둘러서 관심을 드러내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의 첫 선 자리에서, "당신처럼 성악을 공부하고 가수의 길을 걷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되나요?"라는 질문을 던져 단번에 당대 최고 스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얘기는 유명하지요. '장강후랑추전랑'의 언급 또한 중의적입니다. 그 사람이 쓴 책과 걸어온 삶에 대한 관심을 보임으로로써 '잘 사귀어 보자'는 마음을 내비친 것이 하나이고, 사람과 상황이 바뀌었으니 면면이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도 바꿔볼 수 있다는 의지 표현이 둘이네요.

대통령이 서둘러 중국으로 가야할 두 번째 이유는 초대를 받았으니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초대받은 미국에 먼저 갔으니, 이제 중국도 갈 때입니다.

베이징에 가서 '사드 보복 철회'라는 지상 과제를 풀어낼 수 있는 비책 제공은 필자의 능력밖입니다. 다만 중국 현대사에 유명한 이야기 2건만 언급하렵니다.

1970년대 초 마오쩌둥이 미국 닉슨 대통령을 만나 대만과의 통일 문제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수십 년간 바다를 사이에 두고 원수처럼 지냈다. 원래 싸우다 지치면 친구가 되는 법이다. 세상에 어려운 일은 없다. 등산하듯이 한 발 한 발 기어오르면 된다."

다른 하나는 1982년 봄 중국 전인대 부위원장인 랴오청즈가 '인민일보'를 통해 대만 장징궈 총통에게 보낸 공개 편지입니다. 1930년대 두 사람은 친형제처럼 지냈다고 합니다. 랴오청즈는 "통일은 빠를수록 좋다. (중략) 우리는 만나서 한 번 웃으면 모든 원한이 풀리는 사이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말자"고 썼고, 장 총통은 눈시울을 적시면서 이 공개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고 합니다. 이후 양안 관계는 서서히 3불(不)에서 3통(通)으로 변화했습니다.

중국 역사에 식견이 있다는 시진핑 주석이 이 이야기를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자주 만나 솔직하게 토로하고 웃으면서 친해지다보면, 문 대통령의 중국 내 가장 확실한 '관시(関系)'는 바로 시 주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국익우선이 100%이겠지만 말입니다.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