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달 7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이다. 국회가 이날 통과시킨 추경안은 정부안보다 1500억여 원이 깎인 11조333억여 원이다. 이로써 공공 및 민간부문에 1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탄력이 붙게 됐다. 정부가 민간기업 채용이 집중되는 올 추석 전까지 일자리 추경예산의 70%를 집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추경안이 통과되기까지 진행됐던 일련의 과정을 보면 국회가 과연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여야가 인사청문회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첨예한 대립을 하다 보니 ‘신속성’이 생명이라는 추경안 승인이 계속해서 늦어져 버렸다. 이번 추경안 통과에 걸린 45일은 2008년 추경(90일) 이후 가장 길다. 2000년 이후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의 평균 처리 기간 37.3일에 비해서도 7일가량이 더 소요됐다.

국회 본회의 추경안 표결 과정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표결 전날인 21일 4당 합의를 통해 표결 참석을 약속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돌연 집단 퇴장을 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뒤늦게 의원 30여 명이 표결에 참석했다지만 이게 과연 107석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이 할 행동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제1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줬다며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소속 의원 120명 가운데 26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본회의에 불참하면서 결과적으로 표결 파행에 한몫을 했다.

국회의 가장 큰 책무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안 심사에서 국회는 각 당의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앞세우는 바람에 스스로 권위에 흠집을 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추경안은 통과됐지만 승자는 없으며 여당과 야당이 모두 패자라고 지적한 이유다. 민생을 외면한 채 여야가 정쟁만 일삼는다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계속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