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은 퇴진해라.” 2004년 7월 5일 서울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항의시위와 서명운동을 하면서 주장한 구호이다. 2004년 7월 1일 서울시에서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할 때 시민들은 도로 혼잡과 이용 불편으로 분노했다. 그해 7월 4일 이명박 시장은 “대중교통체계 개편과정에서 시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연신 숙여야 했다. 시민들은 중앙차로를 시행할 경우 도로가 막히는 것이 예견되었으나, 시민 의견을 무시했기 때문에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면서 시장 퇴진을 주장하였다.

이렇게 시민들의 반대가 심했던 서울시 중앙전용차로 도입과 버스개혁이 지금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를 보면 놀라울 정도이다. 당시 중앙버스전용차로는 3개 차로 27.4km만 건설되었으나, 지금은 그 차로가 13개 차로 120.5km로 증가하였다. 버스 이용자는 승용차 이용자보다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도심에서 자가용을 두고 버스를 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서울을 방문한 많은 외국인은 자가용 이용자들이 버스 이용자들의 정당한 교통권을 보호하는 높은 시민의식에 감탄하고 있다.

도로는 세금으로 건설된 것이고, 그 도로의 이용은 버스나 승용차 이용자 모두 똑같이 이용할 권리가 있다. 버스전용차로가 없을 때, 50명을 태운 버스 1대는 자가용 승용차 1대와 똑같은 취급을 당하였다. 출근 시 50명의 버스 이용자는 1인이 승차한 자가용 승용차 50대와 동등하게 도로를 이용할 정당한 교통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50배만큼 버스 이용자는 도로에서 차별을 받아 왔다.

서울시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앙차로 정책은 어렵고 인기가 없다. 버스전용차로 건설로 피해를 보는 자가용 승용차 이용자는 주로 사회적 지위가 높고 반대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전용차로로 혜택을 보는 버스 이용자들은 주로 서민, 여성, 학생, 노인 등 사회소외계층으로 찬성의 작은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불리한 정책구조에서 중앙전용차로 정책을 시행하는 공무원은 민원으로 운신의 폭은 적고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전시에서는 2016년 전용차로 담당 공무원이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그 전용차로를 운행하는 간선급행버스 차량의 대폭 확충을 요구할 만큼 인기가 있다.

부산에서 현재 6.7km의 전용차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시의회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서울과 대전의 사례에서 이런 반발은 너무 당연한 현상이다. 중앙전용차로 정책을 처음 시행할 때는 시장이 연신 공개사과하고 담당 공무원이 자살할 정도로 어렵다.

서울시 사례를 봤을 때, 부산은 너무 짧은 구간을 개통하여 전용차로의 효과를 시민들이 실제 체험하여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이 정책이 제 궤도에 올라 전용차로가 확충되고 이용자 편익이 증가하면, 시민 대부분은 찬사와 박수를 보내게 된다. 서울은 상시 혼잡구간인 마포로 등을 전용차로화했고 가장 혼잡한 세종로에서 동대문까지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전용차로 정책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하는 정책이다. 부산시에서 버스준공영제의 정책효과가 낮은 것도 시행하기 어려운 중앙전용차로의 도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승용차가 버스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누구도 버스를 이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버스 이용자들은 고물 중고차라도 구입하여 도로에 진입하게 되고, 도로는 주차장처럼 되어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부산의 도시구조는 미국 도시와 같이 자가용 위주의 도로 건설을 할 수 있는 토지가 없다. 평지가 많지 않은 부산은 서울보다 더욱 많이 중앙전용차로를 도입해야 할 도시 여건이다. 지금도 부산의 자동차 대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도시가 기본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보행자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앙버스 전용차로를 통해 높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량이 아닌 인간중심의 교통정책을 시행할 때 시민의 삶의 질은 향상되고 지역경제가 발전한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