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일으키는 능력을 갖춘 미생물이 숙주(기생하는 생물의 상대방 생물체)에 들어가 증식하는 일을 감염이라고 한다. 그리고 감염으로 몸의 기능이 눈에 띄게 손상되어 질병으로 나타나는 것을 감염병이라 부른다. 특히 여러 사람에게 전파되는 감염병을 전염병이라고 하며, 흔히 접촉성 질병이라고 한다.

감기나 홍역과 같은 접촉성 질병은 한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쉽게 전파되는데, 이는 감염에 필요한 미생물의 수와 관계가 있다. 장의 질병인 시겔라증은 접촉성이 상당히 강해서 시겔라(Shigella) 종의 세포를 10-100개만 먹어도 발병되지만, 그만한 접촉성이 없는 살모넬라증은 살모넬라(Salmonella) 세포를 백만 개 정도 먹어야 걸린다.

일반적으로 미생물의 병원성 정도를 나타낼 때 병독성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독성이 매우 강한 미생물은 같은 종의 병독성이 덜한 다른 균주보다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스트렙토코커스 피요제네스(Streptococcus pyogenes)는 패혈성 인두염을 유발하지만 병독성이 심한 균주는 이른바 ‘살 파먹는 병’인 괴사 근막염을 일으킨다.

미생물이 숙주로 들어가서 질병이 시작되기까지의 시간은 미생물들의 수나 숙주의 조건 등 많은 요인이 관여하며, 전염병에 따라 다르다. 감기는 단 며칠, A형 간염은 수 주, 광견병은 여러 달, 심지어 한센병(나병)은 몇 년씩 걸린다. 이 기간이 지나면 질병의 징후와 증상을 경험한다.

증상이 없다 할지라도 많은 감염원은 여전히 퍼져나갈 수 있다. 보균자는 병의 어떤 징후나 증상이 없더라도 여러 달 혹은 여러 해 동안 감염원을 지닐 수 있고, 병원체를 계속 퍼뜨릴 수 있다. 숙주 대부분은 감염으로부터 회복돼 면역력이 생기면 동일한 감염체에 대해 더는 취약하지 않게 된다.

감염과 관련된 질병들은 증상의 발생 시기와 지속 기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패혈성 인두염과 같은 급성감염은 급히 발병되나 잠깐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결핵과 같은 만성감염은 천천히 발생하여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지속된다. 잠복감염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감염은 우리 몸속에 있는 병원체의 분포에 따라 기술되기도 한다.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에 의한 부스럼은 세균이 좁은 지역에 제한되는 경우이며, 홍역은 감염체가 몸 전체에 퍼지거나 확산되는 전신적 감염이다. 그리고 접미사 ‘-emia’는 ‘피 속에’라는 뜻으로, Viremia(바이러스 감염증)는 바이러스 입자가 피 속에서 순환함을 의미한다.

Toxemia(독소혈증)는 피 속에 독소가 순환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파상풍을 유발하는 미생물은 국지적 감염을 하지만 독소는 피 속에서 순환한다.

Bacteremia(균혈증)는 세균이 혈류 속에 있다는 뜻으로, 이 용어는 반드시 병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심하게 닦을 경우 일시적으로 피 속에 세균이 있을 수 있다.

이 와는 달리 Septicemia(패혈증)은 피 속에 순환하는 감염체 혹은 그 생성물이 유발하는 급성질병으로 생명을 잃게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바이러스 포함)을 1차 병원체라고 한다. 결핵, 독감, 디프테리아, 파상풍, 홍역은 1차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면역력이 저하되었거나 결핍되었을 때에만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을 기회 병원체라고 한다. 이들은 정상균총에 속하거나 주변에 흔히 존재하는 미생물들로,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건강한 생명체와 늘 접촉하고 있다. 하지만 섬유낭증 유전병을 가진 사람, 화상을 입은 환자 등에게는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예전에는 병원체로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들이 지금은 면역력이 매우 떨어진 환자들에게 병을 야기하고 있다. 지구상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하며, 우리는 이들을 완전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병원성을 가진 미생물들이 왜 병을 일으키는지 그들의 책략을 정확히 밝혀내 전염병에 대한 대비를 늘 해야 한다. 무엇보다 효과적인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인제대 교양학부 미생물학 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