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핵심 정책과제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대두되고 있다. 도시재생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시의 경제·사회·물리적 환경을 탈바꿈시키는 노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지역 내 노후 주거환경 개선, 역세권 정비를 통한 자영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여기에 구도심 내 범죄율 하락, 지역공동체 활성화, 취약계층의 삶의 질 개선 등 부가적인 무형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다양한 경제·사회적 효익으로 도시재생사업은 기존의 재개발·재건축사업과 차별화돼 주목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도시경쟁력 강화’와 ‘거주민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분명한 목표 아래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성을 부여하고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일회성 개발사업이 아닌 계획 단계에서부터 지역주민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다소 지지부진했던 도시재생사업들이 최근 정부의 관심과 지원으로 속도를 내면서 자칫 투기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단기적인 개발 이익을 좇는 과도한 투기현상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과거 도시개발 과정에서도 나타났던 부작용이다. 개발 효과에 따른 임대료 및 분양가 급등으로 기존 세입자나 원주민이 쫓겨나가는 현상, 즉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정책목표와 민간부문 간 이해관계의 불일치에서 기인한다. 정부는 ‘개발 중심’ 사업을 지양하고 궁극적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반면, 민간 부문은 기존 개발사업과 동일하게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단기간의 개발 이익과 시세차익, 임대수익 증가 등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책목표와 지자체의 니즈, 민간 부문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주체로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정부 조직보다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민간 부문과 비교해 공익성을 우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현재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국·공유지 공공청사 위탁 개발의 선두주자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풍부한 주택 및 택지개발 경험을 갖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기금을 운영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그 외 코레일, 항만공사, 지방 도시개발공사 등이 있다. 일례로 현재 캠코가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에 개발 중인 부산통합청사의 경우 오는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3개 정부기관이 동시에 입주할 예정으로 향후 공공서비스 제고를 통한 지역주민의 편익 증진은 물론 해당 지역의 유동인구 증가를 통한 지역상권 활성화까지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들이 정부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하면서 각 기관이 보유한 특화된 기능을 바탕으로 금융과 개발 노하우 등의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민간 부문과 협력하여 도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한다면 이른바 한국형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를 창출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스페인의 작은 공업도시였던 ‘빌바오’는 1980년대 스페인 철강산업의 쇠퇴 이후 문화산업을 통한 경제 부흥을 기치로 1997년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함으로써 도시 인구보다 많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발전하였다. 이에 따라 호텔과 레스토랑 등 지역상권 활성화와 고용증대 등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창출되면서 도시재생사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 밖에도 폐기산업시설에서 세계적 문화관광 도시로 개조된 프랑스 낭트와 국제교류와 문화가 융합된 도시로 변모한 호주 달링하버 같은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도시 자체의 재정비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이 원활한 사업 추진을 보조하는 주체로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영세상인과 저소득 임차인들이 자칫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주민들의 삶의 문제를 세심하게 살피는 일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쪼록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출발한 도시재생사업이 각 공공기관의 기능과 강점,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도 멀지 않아 스페인의 ‘빌바오’와 같은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들이 창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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