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방산비리를 비롯한 각종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참여정부 때 설치 운영한 ‘반부패 관계기관 협의회’를 복구한다고 했다. 이러한 훈령은 정부에서 설정한 10대 국정 과제 중에서 적폐청산 다음으로 우선시 된다. 이를 공직자의 윤리의식을 인간의 본성과 몸가짐에 대한 선행학습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풍부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잘 발현시키려는 노력만 아끼지 않는다면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맹자는 우산(牛山)이라는 산의 나무에 비유한 적이 있다.
“저 우산도 옛날에는 나무들이 아름답게 우거져 있었다. 그런데 도성 가까이에 있어서 나무는 모두 도끼에 잘려 없어졌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모습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모두 베어 없어졌다고는 해도, 나무는 끊임없이 생장(生長)하려는 힘이 작용하고 있고, 비와 이슬도 이를 돕는다. 그러므로 싹(실마리)이 자라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그 바로 뒤부터 소나 양을 방목했기 때문에 드디어는 저런 민둥산으로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저 붉은 산의 모습을 보고 이 산에는 원래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고 믿어버린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이 산의 본성은 아니다.” 맹자는 이렇게 설명하면서 부연하기를, 인간에게도 결코 인의(仁義)의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마음을 잃는 것은 우산의 나무가 도끼에 잘려버린 것과 같다. 매일매일 잘려서 쓰러진다면 인간의 아름다움도 사라져 버린다. 나무를 베기만 하고 심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느 산이나 모두 민둥산이 되어 버린다. 산에는 스스로 나무를 키우는 잠재력이 있어서 그것을 소중하게 보호해주면 푸르른 나무가 자라게 된다. 인간도 그와 같아서 본래 풍부한 가능성을 갖고 태어나므로 그것을 잘 신장시키기만 하면 인(仁)·의(義)·예(禮)·지(智)를 갖춘 훌륭한 사람으로 자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와 같은 뛰어난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 훌륭한 정치의 출발점이 된다고 한다.
‘오지(吳志)’의 ‘여몽전(呂蒙傳)’에 보면 처음에 손권(孫權)이 여몽(呂蒙)에게 이르기를, “경은 지금 말직에 있는 터이니 마땅히 학문을 부지런히 해서 진전이 있도록 하라”고 했다. 그 뒤에 여몽은 학문에 열심히 하여 조금도 게으르지 않아 옛 선비들이 보지 않은 글까지 모두 섭렵했다. 뒤에 노숙(魯肅)이 주유(周瑜)의 중임을 대신 맡았을 때 여몽의 말을 들어 좋은 성과를 나타낸 일이 많았다. 노숙이 여몽을 보고, 그대는 무술에만 능한 줄 알았지 학식이 이렇게 넓은 줄은 몰랐다고 칭찬했다. 이때 여몽은 “선비란 헤어진 지 3일이면 다시 눈을 씻고 보게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나 같은 것을 보고 무슨 칭찬이십니까?” 하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선비가 큰일에 뜻을 가지면 의복이나 음식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한다. 좋지 못한 옷이나 음식을 창피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선비라는 사람이 나쁜 의복이나 천한 음식을 부끄럽게 여긴다면 그런 사람과는 함께 일을 의논할 것도 없다는 말이 있다. ‘논어(論語)’의 ‘이인(里仁)’에 마음으로 올바른 도를 구한다는 사람이 입이나 몸을 위한 봉양이 남만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면 이것은 그 지식이나 취미가 몹시 비루한 것이다. 이런 사람과 어떻게 도를 의논한단 말이냐고 하였다.
관중(管仲)의 얘기도 참조할 만하다. 관중은 통곡하고 눈물이 비 오듯이 울었다. 그를 따라갔던 사람이 포숙과는 아무런 친척 관계도 없는 터에 그렇게 섧게 우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관중은 “나를 낳아준 것은 부모요,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 선비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기도 하는 것인데, 이까짓 우는 것쯤이 무엇이란 말이냐”고 하였다. 이것이 관중의 유명한 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공직자는 지조를 제일로 삼는다. 그래서 선비는 죽일 수는 있어도 욕보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선비는 불의(不義) 앞에서는 지조를 굽히지 않고 죽을지언정 절대로 욕을 보면서 타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증자(曾子)도 ‘논어’의 ‘태백(泰伯)’에서 말하기를 어진 것을 행하기를 자기의 소임으로 하였으니 어찌 중대하지 않으랴, 죽은 뒤에야 그만둘 것이니 어찌 길이 멀지 않으랴. 실로 선비의 몸가짐은 남의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선비는 항상 향상 발전한다. 그 때문에 ‘선비는 서로 헤어진 지 3일만 되면 다시 눈을 씻고 보게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모든 공직자의 적폐와 부패를 문으로 통치하고 교화(文治敎化)하는 윤리 문화의 힘으로 상대방을 다스리고 교화하는 지도력을 발휘하면 좋을 듯하다. 이런 문화풍토는 모든 공직자가 불의와 타협하는 축재와 착취에서가 아니라, 수혜와 공유를 통해서 기쁨을 만끽하는 냉철한 이성과 감성을 교화한다면 그 효과는 오래 갈 것이다.
동부산폴리텍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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