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때같은 자식을 잃고 오열하는 어머니를 자주 보게 된다. 세월호 사고의 어머니를 비롯해 이웃에게 살해된 8세 아이의 어머니, 구직에 실패한 아들을 데리고 고향행 버스를 기다리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들을 발견한 어머니, 인기 TV드라마의 막내 PD로 일하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좌절해 세상을 등진 20대 젊은이의 어머니 등. 꺼억꺼억, 통곡하는 그들의 슬픔은 감히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지난 2일 두 어머니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마이크 앞에 선 이들은 두 달 새 같은 직장에서 생을 마감한 고 이현준(37·지난 1일 사망) 씨와 지난 5월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고 박경근(40) 씨의 어머니다.  이 씨와 박 씨는 렛츠런파크부산(부산경남경마공원)의 고참 마필관리사로 일했다. 

박 씨의 어머니는 “내 아들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고 그만큼 부탁했는데 지금까지 마사회는 ‘나 몰라라’ 하고. 31일 날 그것만 타결됐어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이 죽은 뒤 두 달이 지나도록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그는 지난달 31일 회사 측과 협상이 마무리됐더라면 이튿날 이 씨가 목숨을 끊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애통해했다. 

이어 그는 “아들이 마사회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말렸었다”며 가슴을 쳤다. 생전 말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참아왔던 아들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회한과 후회, 원통함이 배어 나왔다. 아들이 떠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그는 매 순간 이 말을 곱씹으며 아파할 것이다. 만약 그때 그만두게 했더라면, 어미의 밝은 눈으로 아들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고통을 알아챘더라면 지금 눈앞에 멀쩡히 살아 있을 거라고. 끝까지 의연했던 어머니는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오자마자 풀썩 주저앉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하루 전 아들을 잃은 이 씨의 어머니는 줄곧 눈물을 흘리면서 “아들이 힘들다는 내색은 안 했지만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졌다”고 울먹였다. 이 씨의 휴대전화에는 가족들에게 미처 전송하지 못한 ‘미안하다’는 문자 메시지가 남아있었다.

말을 조련하는 마필관리사는 고단한 직업 중 하나다. 기수가 말을 탈 수 있도록 기초 훈련과 함께 마사지, 식사 제공 등 말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주 업무다. 부산지역의 경우 상당수가  주 6일 근무에 월급은 200만 원이 채 안 된다고 한다. 말에서 떨어지고 밟히는 일이 부지기수여서 평균 산재율은 13.89%에 이른다. 일반 공기업 평균(0.52%)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고용도 불안하다. 대부분 ‘마사회→개인마주→조교사→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하청과 같은  구조다. 마주가 자격증을 갖춘 개인 조교사에게 말 관리를 위탁하면, 조교사별로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부산은 노조가 30명 이상의 조교사와 개별 협상을 해야 해 사실상 교섭도 불가능하다.

스스로 생을 마친 데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열악한 고용 환경과 일터에서의 인간답지 못한 대우 등이 주 원인이었다면 더는 개인적인 죽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안정된 직장, 당당히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직장’을 위해 또다른 어미의 가슴에 자식을 묻게 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