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19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는 88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우리 땅에서 열리는 지구촌 스포츠 제전이다. 그런 만큼 성공적 개최 여망이 높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 의지가 강하다. 여름휴가 첫 행선지로 평창을 잡았고 명예홍보대사까지 맡았다. 앞서 주요 기업인들과의 청와대 회동에서도 평창올림픽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르는 국제메가이벤트라는 점이 작용했을 터이다.
평창올림픽 유치과정을 돌이켜보면 부산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은 2009년 평창의 동계올림픽 ‘3수’ 도전에 밀려 2020년 하계올림픽 추진이 좌절됐다. 당시 허남식 시장은 “형평의 원칙에 따라 부산에도 도전 기회를 달라”며 대한올림픽위원회(KOC)에 호소했다. 동·하계올림픽을 모두 따내는 건 어렵다고 본 KOC는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평창의 ‘세 번째 도전’이 KOC 위원 43명 중 찬성 30표, 반대 13표로 통과됐다. 이어 2년 뒤 유치에 성공했다. 다시 2년 후 부산은 2020 올림픽이 일본 도쿄로 결정되자 2028년 유치로 목표를 바꿨다. 아시아권에서 2개 대회 연속으로 올림픽을 가져오는 건 거의 불가능해서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2014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2030년 등록엑스포와 함께 2028 올림픽 유치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면서 2016년 7월 사전예비타당성 조사, 2019년 9월 정부의 올림픽 유치 승인이란 로드맵까지 내놨다. 그러나 부산의 올림픽 꿈은 다시 깨졌다. 사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4, 2028년 올림픽을 각각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올 9월 IOC 총회에서의 최종 발표 절차만 남아 있다.
사석에서 만난 체육계 인사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부산시의 의지와 실행력이 없었다”고 바로 꼬집었다. 시가 적어도 2015년까지 하계올림픽 유치 관련 활동의 명맥을 이어오다가 지난해부터는 활동이 끊어졌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2030년 등록엑스포 유치에 전력투구하면서 올림픽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게 체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대내외적으로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으면서 그를 위한 실질적인 액션은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거대 이벤트를 하나도 가져오기 힘든데 올림픽과 등록엑스포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덤벼든 건 무리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부산은 2002년 아시안게임을 연 이후로는 굵직한 스포츠대회를 찾아볼 수 없는 도시로 전락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 하나 유치하지 못하고, 전국체전은 2000년에 개최한 게 가장 최근이다. 내정된거나 마찬가지였던 2020년 전국체전 개최조차도 스스로 걷어찬 꼴이 됐다. 그렇다고 막대한 돈을 투입해 조성한 아시안게임 관련 시설의 사후 활용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부산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하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스탠스를 다시 잡아야 하겠다. 2032년이나 2036년으로 유치 목표를 바꿀 건지, 아니면 올림픽의 꿈을 접을 건지, 장기 과제로 두고 추진할 건지 입장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올림픽 유치의 타당성과 비용, 재정 문제 등을 차분하게 따져봐야 하겠다. 근래 추세로 보면 과거처럼 올림픽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는 고사하고 ‘빚잔치’라는 부정적인 기류가 지배적이다. 2024년 올림픽에 도전했던 여러 도시가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한 시민들의 반대로 줄줄이 포기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향후 올림픽 개최지를 특정한 장소로 정해 영구 고정하자는 주장마저 나온 마당이다.
동계올림픽 두 번째 개최를 추진 중인 캐나다 캘거리의 사례를 본받만 하다. 캘거리는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 신청의 가부를 정하기 전에 대회 비용과 절감대책 등을 엄밀하게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후 빚더미에 앉지 않기 위해서다. 부산은 인근 도시를 포함해 경기시설 면에서 수용 능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재정 부문에서는 세부적인 평가내용이 알려진 게 없는 상태다. 부산이 올림픽에 다시 도전하더라도 장기적 안목을 갖고 부산의 미래 발전전략 및 성장동력과 연계해서 추진하는 게 온당하다. 더욱이 부산 단독으로 치르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영남권을 아우르는 전략도 필요하지 싶다.
올림픽 관련 도시는 네 단계가 있다. 희망도시, 신청도시, 후보도시, 유치도시. 부산은 아직 국내에서 공식 신청을 한 적이 없는 희망도시다. 정부 승인 등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올림픽은 명분과 실리가 있어야 한다. 부산은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에 올림픽 도전을 처음으로 공표했다. 그 이후로 우리가 ‘올림픽 신기루’만을 좇아온 건 아닌지 이제부터 냉정하게 분석하고 대처해야 할 때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