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변 사람들로부터 중입자 치료에 대한 효과성과 부산 기장의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언제부터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문의를 자주 받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개발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이전 부처명)가 주관하고, 부산시와 기장군이 예산의 보조사업으로 지원하면서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수행하고 있는 거대한 국책사업이다.
이 중입자가속기 개발사업의 목적은 첨단 방사선의학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난치성 암 치료를 통한 국민의 의료복지 향상에 있다는 점에서 부산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원래 이 사업은 2010년에 총사업비 1950억 원으로 시작되면서, 2016년 5월에 중입자치료센터가 건설 완료되고, 지금쯤이면 부산시민 중 난치성 암 환자 중 중입자치료를 통한 암 치유 완쾌의 사례가 나올 시점이다.
하지만, 중앙정부 공무원의 무능함과 몇몇 연구자의 도덕적 해이가 부산지역 주민이 낸 470억 원에 달하는 혈세를 한순간에 바람에 날려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한국은 중입자가속기 연구의 걸음마도 떼지 않은 상태에서 중입자가속기 치료사업의 선진국인 독일이나 일본 연구진이 최소 연구 기간 30년 이상, 1조 원 이상 투자한 분야의 기술을 고작 2~4년 안에 습득해 향후 10년 내로 임상 적용에 맞춘 중입자가속기의 암 치료 기술 상용화를 하겠다고 서둘렀다. 사업을 추진한 미래부와 이 사업을 통과시킨 한국개발연구원(KDI), 그리고 막대한 부산지역 주민의 혈세가 투입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중입자가속기 주관 사업자의 선정을 위한 협상조차 못 하는 지역 국회의원의 역할에 대하여 깊은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 중입자가속기 치료사업의 계속 추진 타당성 평가와 함께 서울대학교병원이 이 사업의 주관사업자로 참여를 신청해 미래부와 기재부 협의 후 우선 사업협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는 부산시와 지역주민 나아가 부산에서 활동하는 의료인들을 무시하고 무능으로 몰아가고 있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전체 사업비의 약 40%인 470억 원을 집행한 부산시는 중앙정부로부터 협상 진행이나 관련 위원회 등 어떤 참여 회의에도 초청받지 못하는 등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다. 특히 중입자가속기 사업의 협상자를 공고할 당시에는 중앙정부로부터 사업에 관한 추가 지원에 관한 언급은 없었으나, 현재 서울대학교병원은 수익 보전을 위해 계속된 추가 지원금으로 약 200억 원을 중앙정부로부터 지원을 약속받기로 협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분권의 강화와 지방정부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외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지금 이 시대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혈세는 부산지역 주민이 내고 중입자가속기 신기술 개발이 아닌 완제품을 외국에서 구매한 뒤 서울대학교병원이 가동 운영하여 수익을 내겠다고 한다. 서울대학교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 가운데 중입자가속기 운영을 해본 전문인은 없다. 이제부터 병원들이 장비운영에 관한 교육이나 환자의 치료연구를 시작해야 하는 현실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 의료진도 서울대교병원과는 동등한 입장이다. 과연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의 운영에 타 지역의 지지기반인 서울대학교병원의 의료진이 부산 기장지역으로 와 지역의 의료 발전이나 암 환자의 치료 기술개발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들의 역할이 부산과 영남의 암 환자 대부분을 치료하고 있는 부산대학교병원을 비롯한 고신대, 동아대, 인제대 대학병원이 하는 역할보다 과연 나을 수 있을까.
결국,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는 중앙정부의 행정적 지원과 부산시의 혈세를 공짜로 받으면서 서울대학교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수익금은 지역 의료발전이나 암 환자의 치료를 위한 재투자 대신 서울대학교병원 본원으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보다 투자의 여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부산지역 대학병원에 속한 한 의료인의 입장에서 현재 진행 중인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사업의 진행 과정을 보고 있으면 매우 안타깝기 짝이 없다.
부산대학교병원 안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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