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유목시대 이래 인간의 이동현상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전 순례 형태로 관광이 존재했다. 그리스·로마시대에는 올림픽 경기 참관, 온천지 요양 등으로 이뤄졌다. 당시 여행하는 이를 ‘신성한 사람’으로 여겨 후대하는 관습이 있었다. 이는 호스피탈리타스(Hospitalitas, 라틴어로 극진한 손님 대접)라고 하여 최고의 미덕 중 하나로 꼽혔다. ‘환대(歡待)’ ‘따뜻한 보살핌’이란 뜻의 호스피탤리티(hospitality)도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말이다.

근대적 의미의 관광이 태동한 건 19세기 영국에서다. 증기기관차와 관련이 있다. 금주(禁酒)운동을 주도하던 토마스 쿡 목사가 1841년 기차를 대여해 570여 명을 태우고 금주부흥회에 다녀온 것이다. 요금으로 1인당 1실링을 받았다. 산업으로서의 관광은 여기서 출발했다. 그리고 4년 뒤 단체 여행상품이 출시됐고 1855년에는 파리 만국박람회를 보러가는 패키지 상품이 나왔다. 애초 관광산업이 종교의 금주운동에서 비롯된 게 아이러니하다. 술판이 벌어지곤 하는 요즘 관광행태와 비교돼서다.

흔히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리며 국가마다 개발에 열을 올렸다. 돈 뿌리는 관광객들은 칙사 대접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바르셀로나, 베네치아, 암스테르담 등 세계 주요 관광도시에서 반(反)관광 정서가 점점 커지고 있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탓에 시내 임대료와 물가 등이 치솟으면서 현지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급기야 도시 밖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이들 도시에서는 연일 관광객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폭력행위마저 속출했다. ‘관광객은 꺼지라’는 구호도 등장했다.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밖으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처럼 관광 분야에서도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 골칫거리인 셈이다. 이는 관광의 투어(Tour)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다.

사정은 다르지만, 국내에서도 관광객들로 인해 주민들이 소음·쓰레기 문제, 교통난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통영의 동피랑, 서울 북촌 한옥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관광 수입도 좋지만 주민들의 삶과 일상에 위협을 주고 무조건 희생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 그렇다고 관광객들을 배척할 수도 없다. 관광객과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