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시작된 부산 야구팬들의 롯데 자이언츠 사랑은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직노래방’의 명성이 알려져 외국인들이 최근 자주 찾는 부산의 명소가 되기도 했다.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담당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내게도 롯데 팬들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시작된 롯데 팬들의 모임에서 나의 500경기, 1000경기 중계 때마다 상패도 만들어주고 수고와 고마움을 전하며 식사 자리를 함께하기도 했다. 보통 해설 중에 선수들의 아쉬운 플레이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날 특정 선수를 칭찬하는 중계를 하고 나자 팬들이 부스 밖을 나서는 나를 향해 큰 소리로 “위원님, ○○○이 아들입니까?”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현재 NC 다이노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마산야구장이 롯데의 제2구장일 때 소위 ‘마산 갈매기’로 불리는 팬들의 패기(?)도 대단했다. 당시에는 좌석이 없어도 서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입석을 팔았는데, 한 번씩 날아오는 파울볼을 잡으려고 팬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구장 전체가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위험하기도 했다. 너무 팬이 많이 와서 시구자가 통로로 입장하지 못하고 구장 사무실 창문을 넘어 들어오기도 했다. 당시 지역 기자의 말을 빌리자면 거친 표현을 많이 한다는 의미로 ‘야적’인 마산 팬들은 롯데가 지는 걸 무지 싫어했다. 창문이 깨지는 걸 방지하려고 쇠창살을 설치하고, 경기가 끝나도 한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나가지 못하게 한 일이 다반사였다. 처음에 NC가 마산을 연고지로 정했을 때 우려스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성숙한 팬이 많아져 팀이 이기든 지든 끝까지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다.

요즘 팬들을 보면 예전보다 선수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선다. 생일이나 각종 경조사뿐만 아니라 선수의 기록 달성을 기념해 떡이나 여러 물품을 만들어 서로 기념한다. 거의 매일 경기가 있는 만큼 선수들이 훈련하거나 경기하는 데 지장이 되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도 유지한다. 팬들이 더 야구도 잘 알고 적정선을 이해하는 모습이다. 나도 방송할 때에 특히 ‘우리’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프로야구 팬들도 각자 응원하는 구단이 ‘우리 팀’이라는 인식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후반기 들어 롯데의 성적이 들쭉날쭉하다. 방송에서도 이야기하지만 전국구 인기 구단인 롯데와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가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둬 상위권에 오른다면 팬도 경기장을 많이 찾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야구다. 롯데도 후반기 들어 1위 KIA와의 3연전을 잡아내더니 다시 1승 5패로 주저앉았다가 다시 연승을 달린다. 볼수록 더 어려운 게 야구라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는 요즘이다. 팬들도 ‘우리 팀’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야구 그 자체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무더운 여름에 열 내는 일이 줄어들 것 같다.

경기 중인 사직야구장의 좌석이 예전보다 많이 비어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몇 년간 롯데 성적이 좋지 않은 점도 있지만 꼭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초창기에 롯데를 응원하던 팬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NC를 응원하기 시작하거나 롯데에 대한 관심을 줄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팬이 많아지는 등 팬들도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이들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구장과 인프라도 손볼 필요가 있다. 성적도 좋아지고 관람 환경까지 나아진다면 이후로도 정말 오랫동안 제대로 롯데를 응원하는 팬이 많아지지 않을까.

KNN 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