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기초연금 인상 같은 복지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런저런 말이 많다. 국민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민생을 안정화하자는 복지정책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터이다. 일각에서는 복지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엄청난 재정 소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히려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치밀한 재정대책 없이는 결국 위기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청와대 회의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관련해 “건전 재정을 유지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했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부정적 기류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로 재원대책을 꼼꼼히 검토했고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점을 내세운 것도 같은 취지로 읽힌다. ‘의심하지 말고 믿어달라’는 얘기다. 일련의 복지정책 발표로 ‘세금 폭탄’ ‘건보료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시의적절하게 입장을 밝혔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전망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번 건보 정책에는 2022년까지 5년간 30조6000억 원이 드는데, 흑자 적립금 20조 원의 절반을 활용하고 나머지는 재정으로 메운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하지만 수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게 지속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집권기간 이후 2023년부터의 건보 재정 건전성과 지출 추계에 대해서는 공개된 내용이 없다. 5년 뒤에는 건보료 폭탄으로 국민 부담이 늘어날 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2년까지 기초연금 인상에 21조8000억 원, 기초생활수급자 확대에 9조5000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확보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병원비 고통이 없는 나라를 만들고, 노후 생계를 돕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고 정부는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래서 야권도 큰 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역시 문제는 재정이다.재원 조달이 가능하지 않으면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